자동차 보험사 간 상호협정에 따라 ‘구상금 분쟁 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된 합의는 소송으로 뒤집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민법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심의위에서 정한 교통사고 과실 비율을 법원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최근 삼성화재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현대해상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A씨 차량은 2014년 부산의 한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B씨 차량과 부딪쳤다. 현대해상은 보험금으로 200여만원을 지급한 뒤 삼성화재를 상대로 구상금 분쟁 심의위에 심의를 청구했다.
심의위는 A씨 차량 과실을 70%, B씨 차량 과실을 30%로 인정했다. 삼성화재는 심의위 결정에 따라 현대해상에 130여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B씨 차량은 교차로에 먼저 진입했고 어떠한 과실도 없다”며 현대해상을 상대로 130여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2심은 심위의의 조정 결정이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보고 삼성화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자동차보험 구상금 분쟁 상호협정은 보험사업자나 공제사업자 사이 분쟁을 합리적·경제적으로 해결할 목적으로 체결됐다”며 “조정결정은 합의 성립과 동일 효력이 있고, 같은 내용으로 소를 제기하거나 조정결정을 미이행하면 제재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절차들을 고려하면 상호협정은 적법·유효하므로 협정회사들 사이에서 구속력이 있다”며 “조정결정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 경우에 당사자 사이에 조정결정의 주문과 같은 내용의 합의가 성립되는데 이러한 합의는 민법상 화해계약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어 “현대해상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심의위는 삼성화재 측 차량 운전자의 과실비율을 30%로 정하는 조정결정을 했고 확정됐다”며 “현대해상이 조정결정에 따라 구상금을 지급받은 것은 정당하고, 원심은 상호협정에 따라 확정된 조정결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