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평화경제는 우리 미래의 핵심적 도전이자 기회”라며 “70년 넘는 대결과 불신의 역사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복절 경축사 이후 나흘 만에 다시 평화경제를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미 상황과 관련해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연이어 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 대가리” 등 극언을 퍼붓는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평화경제를 재차 강조하면서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와 번영의 새 질서를 만드는 세계사의 과업이자 한반도의 사활이 걸린 과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와 관련해 “남북 간의 의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평화롭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 이후,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이날 다시 평화경제를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간에 실무협상이 이뤄지게 된다면 지난 하노이 회담 이후로 돌지 않았던 대화 트랙이 다시 돌게 되는 돼 한반도에 중요한 시기”라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문 대통령이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입장에서 지금 상황의 중요성, 그리고 막중한 책무 등에 대해 의미부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 국면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역지사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미 간의 대화가 시작됐고 진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대화 국면은 그냥 온 것이 아니다”며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고조됐던 긴장에 대한 우려와 때맞춰 열리게 된 평창올림픽의 절묘한 활용, 남북미 지도자들의 의지와 결단에 더해서 기적처럼 어렵게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를 비롯한 관련 국가들과 우리 모두는 지금의 이 기회를 천금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며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역지사지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에서는 북한이 반발해온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20일 종료되는 만큼, 북미 실무협상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작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 4대가 오는 22일 청주 공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북한의 추가 반발도 예상된다. F-35A는 최대속력 마하 1.8(음속의 1.8배)로, 합동직격탄(JDAM)과 소구경 정밀유도폭탄(SDB), 공대공미사일 등을 탑재할 수 있다. F-35A는 유사시 북한의 방공망을 뚫고 북한 수뇌부 제거나 핵 기지, 이동식발사대(TEL) 등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앞서 북한은 우리 군의 F-35A 도입에 대해 9·19군사합의를 위반했다는 취지로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월 11일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일명 ‘보이지 않는 살인무기’라고도 불리는 ‘F-35A’의 납입이 지역에서 주변 나라들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보장하며 특히 조선반도 유사시 북침의 ‘대문’을 열기 위한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성수 김경택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