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 날린다” 고위험 ‘해외금리 파생상품’ 3654명, 7326억원 투자

입력 2019-08-19 14:05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현재 금리가 유지될 경우 원금의 절반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는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개인투자자 3600여명이 7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돼 파장이 일고 있다. 투자금 중 독일 10년물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1266억원은 예상 손실률이 95.1%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급격한 수익률 악화로 논란이 된 DLF와 DLS(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발표했다.

DLF와 DLS는 주요 해외금리에 연계된 파생상품이다. 은행에서 DLS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된 게 DLF다. 증권사에선 직접 DLS를 판매했다.

금감원 제공

이들 상품은 금리가 만기까지 일정 구간에 머무르면 연 3.5∼4.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다만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구간에 진입,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날린다.
판매잔액은 지난 7일 기준으로 8224억원이다. 개인투자자 3654명이 7326억원어치를, 법인 188곳이 89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로 보면 1인당 약 2억원꼴이다.

8224억원 중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스와프) 7년물 및 미국 CMS(달러화 이자율스와프) 5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연동하는 상품이 6958억원이다. 영국·미국의 CMS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 가운데 5973억원(총액의 85.8%)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만기까지 현재 금리가 유지된다고 가정한 예상 손실률은 56.2%다.

영·미 CMS 연계 상품의 만기는 올해 492억원, 내년 6141억원, 2022년 325억원이다. 만기까지 금리가 반등하지 않는 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리가 더 내리면 손실률이 높아진다. 만기 때 두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0%가 되면 원금 전액 손실(수익률 -100.0%)이다. 만기 쿠폰을 받으면 수익률이 -96.5%다.

독일 10년물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1266억원은 이미 해당 금리가 -0.7% 아래로 내려가면서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예상 손실률이 95.1%다.

독일 국채 연계 상품의 만기는 올해 9∼11월에 돌아온다. 1266억원 중 1255억원이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DLF다. 이들 DLF·DLS는 우리은행이 4012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았고, 하나은행 3876억원, 국민은행 252억원, 유안타증권 50억원, 미래에셋대우 13억원, NH투자증권 11억원이다.

금감원은 아직 이들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지 않아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을 감안하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런데도 개인투자자들에게 대량으로 판매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해당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 판매한 은행, 상품 운용사 등을 이달 중 합동 검사할 예정이다.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자 금감원에는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분쟁조정 신청 29건이 접수된 상태다. 금감원은 이를 따져보기 위한 현장조사를 검사와 병행한다. 금감원은 현장조사 결과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 법률 검토, 판례 및 분쟁조정 사례 등을 참고해 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DLF는 독일·영국·미국의 채권 금리 등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DLS를 편입한 펀드들이다. 이들 상품은 해당국 금리를 기준지표로 삼는데, 금리 전망이 예상을 크게 빗나가자 원금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하게 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에서 금리를 내리는 바람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은행들은 해명했다”며 “다만 일부 은행은 이런 상품의 위험성을 알고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 은행들 해명의 정당성은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