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는 홍콩 시위를 톈안문 방식으로 진압할 경우 양국 간 무역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언급 자체를 금기시하는 ‘톈안문(天安門) 사건’을 거론하며 대(對)중국 압박의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AFP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휴가 복귀 중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과거 톈안문 광장 때처럼 홍콩 시위대를 향해 폭력을 행사한다면 미·중 무역합의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톈안문 사태는 중국 당국이 지난 1989년 6월 베이징 톈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는 학생과 노동자, 시민들을 탱크와 장갑차 등을 동원해 무력 진압하면서 대규모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은 양국 무역협상에서 우리보다도 훨씬 더 합의를 필요로 하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 입장에서 치명적일 수 있는 양국 무역합의를 고리로 홍콩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을 홍콩 사태와 처음으로 연계시켰다”고 평가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에 대해 ‘중국 내부의 일’이라며 직접적인 개입을 피해왔다. 홍콩 시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인권 침해 문제를 외면하고 미·중 무역협상 등 자국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자유진영의 보호자’라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저버리고 중국의 강경 진압을 방조해 홍콩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제기되자 조금씩 우려의 강도를 높여왔다. 지난 14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무역) 협상을 타결짓고 싶어 한다. 그들이 먼저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하자”며 미·중 무역협상과 홍콩 사태를 연계할 가능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중 협상의 주요 의제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도 다시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대중국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화웨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칭하며 “지금 시점에선 우리는 화웨이와 거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화웨이는 우리가 전혀 거래하지 않을지도 모를 회사”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의 거래를 위한 임시 일반 면허를 90일간 추가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상 그것은 정반대의 얘기”라며 불연장 방침을 시사했다. 오는 19일 최종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