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천연잔디가 열섬현상을 완화시켜주는 ‘천연 에어컨’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달 초 서울과 대구 도심 내 천연잔디의 기온 조절 효과를 측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조사는 지난 5~6일 오후 1~3시 대구시 북구·수성구와 서울시 관악구·동작구·광진구 일대에서 진행됐으며, 총 10곳 18개 지점의 시민운동장·학교운동장·어린이공원 등의 지표면 피복유형별 지면 및 대기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측정 결과 천연잔디로 덮인 지표면의 평균온도는 인조잔디와 우레탄, 아스팔트 등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대기온도 역시 2도 이상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는 인조잔디가 깔린 지표면은 67.5도, 우레탄은 61.4도, 아스팔트는 55.7도였던 반면 천연잔디로 덮인 지표면의 평균온도는 그 절반수준인 34.5도인 것으로 측정됐다. 이는 흙이 드러난 지표 온도인 49.4도보다도 낮은 수치다.
대기 온도 역시 천연잔디가 36.8도를 기록하며 인조잔디 39.1와 우레탄·아스팔트 38.8도, 흙 지반 38.0도 등에 비해 2도가량 더 낮았다.
한국잔디학회 연구에 따르면 잔디는 물이 기체상태에서 식물체 밖으로 빠져나가는 ‘증산작용(蒸散作用)’을 통해 더워진 공기를 기화(수증기화)하며 대기의 온도를 낮춘다.
이를 에어컨 사용 대체효과로 개략 환산하면 1000㎡의 잔디밭은 90㎡의 냉방에 필요한 가정용 에어컨 32대분 정도의 냉방효과를 갖는다.
손영모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장은 “녹색의 잔디는 산뜻한 기분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도심 열섬효과 완화 등 효용가치가 많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자생잔디를 이용해 내환경성과 비용효율적인 관리형 잔디 품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