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죽음 미제 될까… 경찰은 날 죽였다” 고유정 현남편 청원, 10만 넘었다

입력 2019-08-19 09:12

고유정(36)의 현남편 A씨(37)가 자신의 아들 사망과 관련해 “경찰 부실수사에 대한 의혹을 밝혀달라”고 호소한 국민청원이 지난 18일 청원 동의수 10만명을 넘겼다.

A씨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사건 관련 청주상당경찰서의 부실·불법 수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 그리고 이에 관한 민갑룡 경찰청장님의 답변을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19일 오전 9시 기준 청원 동의수 10만4000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자신을 고유정의 현남편이자, 고유정 의붓아들의 아버지라고 밝히며 “아들을 실수로 죽게 한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는데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며 “경찰은 고유정의 말만 믿고 내가 잠을 자다가 잠버릇으로 아들을 눌러 질식 시켜 숨지게 했을 가능성만 고수하고 있다. 경찰이 자신들의 부실 수사를 덮기 위해 죄 없는 사람을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갑룡 경찰청장과 청주상당경찰서장 등 이 사건에 관련된 모든 수사관들이 수사 과정에서 잘못되거나 은폐한 것은 없는지 철저하게 조사해 주기를 바란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엄중 처벌을 바란다”고 적었다.

또 “경찰은 처음부터 나만을 피의자로 지목해 내가 아들을 살해했다고 생각했다”며 “같은 집안에서 아들 외에 친부인 나와 계모인 고유정만 있었고, 외부침입도 없는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누가 더 의심을 받아야 하느냐. 내가 아들 옆에서 잠을 잤다고 해서 나만 의심을 받는게 말이나 되느냐. 최소한 고유정과 내가 동등한 피의자로 고려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찰에 대한 신뢰는 커녕 억울하고 참담한 심정 뿐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면피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혐의로 나를 두 번, 세 번, 열 번도 더 죽였다”며 “사건이 해결된다 한들 아이는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실체는 영원히 미제로 남을 수 있다. 내 소망은 그저 마음 편히 슬퍼하고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고 싶은 것 뿐”이라며 참담해 했다.

뉴시스

청원 게시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청주상당경찰의 초동 수사 및 상황 대처, 고유정에 대한 의혹을 조목조목 적었다. 그는 ‘고유정 사건. 현남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찰의 부실수사는 말할 필요도 없고 말도 안 되는 내 과실치사를 근거 없이 의심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이 게시글에서 아들의 생전 사진 3장을 공개했다. A씨는 “사망당시 사진을 공개한 적 있다. 대중들에게 우리 아이가 그런 모습으로만 기억될까봐 두렵고 괴로웠다”이라며 “경찰은 아이의 왜소함만을 강조하고 있다. 억울함과 분함,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어 아이가 얼마나 밝고 건강했는지 이렇게라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이유없이 자다가 피를 뿜으며 사망할 아이가 아니라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이 글을 보는 분만이라도 사망 당시의 끔찍한 모습이 아닌 밝고 예쁜 아이의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기도해본다”고 썼다.

경찰은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과 관련해 지난 6월 3일과 4일 A씨와 고유정을 각각 살인 혐의로 입건했다. 같은 달 13일 A씨의 혐의를 살인에서 과실치사로 변경했다. 지난달 24일에는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아이는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10분경 청주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