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장하권이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극을 달리면 가장 완벽한 탑라이너라고 생각한다”면서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장하권이 탑라이너로 활약한 담원은 18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젠지와의 ‘2019 우리은행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2대 1로 이겼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장하권은 롱주 시절 ‘칸’ 김동하를 예시로 들며 “공격적인 플레이스타일에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하권과 일문일답이다.
-오늘도 너구리는 터프했다. 플레이에 만족하는지.
“1세트에서 임팩트가 강한 장면이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실수가 많았다. 갱을 당하거나 잘려서 아쉬움이 많다.”
-라이즈로 4대1 싸움을 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한 번 챔피언이 잘려서 잘 안 굴러가는 상황이었다. 귀환을 타려다가 블루 골렘이 있는 게 보였다. 상대가 바위게 시야를 확보한 상황임에도 무언가에 홀린 듯 (블루로) 갔다. 상대가 노리고 왔는데, 제 궁극기가 없어서 위기였다. 다행히 성장이 잘 되어서 아이템 빨로 이긴 것 같다. 운이 좋았다.”
-카르마 0-6-0이 아직도 종종 이야깃거리로 나온다. 크게 말려도 경기 종반에 결국 활약을 하는 게 인상 깊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 좋을 때도 있지만 안 그럴 때도 있다. 좋을 때는 괜찮은 플레이를 해서 웃으면서 넘기는데, 제 플레이가 안 좋다고 생각할 때는 덩달아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 1세트에서도 사이드 푸시로 상대가 못 막는 그림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이드에서 좀 더 정밀한 플레이가 필요할 것 같다. 임팩트 있는 장면이 나오긴 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은 세트였다.”
-수치적으로 너구리의 KDA는 낮고, 데미지는 높다.
“플레이 스타일이 그대로 나온 것 같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잘하면 장점이고 못하면 단점이다. 데스가 많았다면 그만큼 많이 싸웠다는 의미다. 데스가 적다면 안정적으로 했다는 거다. 데미지 수치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그런 수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건 좋은 압박 플레이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단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격적인 스타일 때문에 ‘캐니언’이 탑을 자주 봐주는 거 같은데.
“그런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원래 잘하는 탑 라이너는 우리 정글을 탑에 부르지 않고, 오히려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에 반해 상대 정글은 계속 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오늘 1세트에서 라이즈가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우리편 세주아니가 오랜 시간 턴을 써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가 못 굴렸다. 공격적으로 하면서 우리 정글이 보다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 상대가 저를 잡으러 오려면 그만큼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설령 제가 죽어도, 다시 라인에 갔을 때 또 이기는 장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LCK 무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다른 라인에서도 폼이 많이 올라온 것 같은데.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노골적으로 상체를 많이 봐주면서 바텀에 투자를 안했다. 그만큼 바텀이 눈에 띄지 못했다. 최근 스크림에서 바텀을 봐주는 게임을 하면서 대회 플레이도 조금 달라졌다. 바텀을 봐주면서 라인전을 이기고, 게임에서도 이길 때가 많아졌다. 현재는 제가 제일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게임은 결국 봐주는 곳이 돋보이게 되어있다. 제가 공격력이 안 나오니깐 바텀으로 옮겨간 것 같다.”
-다른 라인에도 비중이 올라가면서 본인의 부담이 좀 줄었는지.
“부담감이 줄기는 했지만 아쉬움도 있다. 모든 라인의 폼이 올라온 상태에서 저도 폼이 올라가면 최고의 팀이 될 텐데, 제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상위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 중요해졌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진 것 같다. 제 플레이 스타일에 리스크가 있어서 마지막에는 조금 안정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능력치화가 가능하다면 ‘너구리’의 무력은 100인 것 같다. 그만큼 좋은 피지컬을 가졌다. 혹시 플레이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없었는지.
“제가 생각하는 제일 잘했던 탑 라이너는 롱주 시절 ‘칸’ 김동하 선수다.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극에 달하면 제일 무서운 탑 라이너가 된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으로 하는 것도 물론 장점이 있겠지만, 저는 공격적으로 해서 이득을 보는 걸 더 잘한다. 제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폼이 조금만 떨어져도 매우 안 좋아질 수 있다. 반면 안정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기복이 크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팬들이 귀엽다는 얘기를 많이 하던데.
“건부(캐니언)가 더 귀엽다. 볼도 땡땡하고, 만지면 쭉 늘어난다.”
-정규시즌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달라.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면서 확실한 개선을 해서 공격적으로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팬들께서 도시락을 보내주셔서 맛있게 먹고 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