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자녀의 학업 성적과 학교생활만족도, 자아존중감이 일반 가정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 격차도 계속 벌어져 일반 가정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빈곤의 대물림이 일어나는 ‘계층 고착화’를 타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일 내놓은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6~17세 이하 일반가구 학생의 월 평균 사교육비는 33만원이었다. 반면 기초생활수급가구는 9만원을 지출했다.
일반가구와 기초생활수급가구 간 사교육비 격차는 해가 가면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3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이와 비슷한 연령대인 12~17세 일반 가구 학생의 월 평균 사교육비는 29만원, 기초생활수급가구는 12만원이었다. 5년 만에 일반 가구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만원 늘어난 반면 기초생활수급가구는 오히려 자녀의 교육비를 3만원 줄인 셈이다.
학원이나 학습지 이용도 기초생활수급가구는 일반가구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일반가구 학생이 학원(예체능 제외)을 이용한 비율은 64.1%였지만 기초생활수급가구는 24.8%뿐이었다. 중위소득 150% 이상 가구 아동의 학원 이용률은 무려 75.5%였다. 일반가정은 학습지를 이용하는 비율도 22.8%로 기초생활수급가구 10.6%보다 높았다.
기초생활수급가구는 학교 내 방과후 교실(21.5%)이나 학교 외 지역사회와 연계된 방과후 교실(25.8%) 이용률이 일반가구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학업 성적도 차이가 났다. 기초생활수급가구 학생의 학업성적은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6.31점인데 반해 일반가구 학생은 7.42점을 기록했다. 과목별로 보면 기초생활수급가구 학생은 국어 6.49점, 수학 5.86점, 영어 5.90점, 사회 6.32점, 과학 6.18점인데 반해 일반가구는 각각 7.43점, 7.11점, 7.17점, 7.29점, 7.19점을 획득했다. 초·중·고교생이 주로 학원·과외 등으로 사교육을 받고 있는 과목인 영어와 수학에서 격차가 많이 난 셈이다.
학교생활 만족도에서도 기초생활수급가구 학생은 10점 만점에 6.62점으로 일반가구(7.36점)보다 저조했다. 희망교육 수준을 보면 기초생활수급가구 학생은 대학교 교육까지 희망한다는 응답이 61.6%, 전문대 20.7%였다. 반면 일반가구 학생은 대학 82.7%, 전문대 5.5%로 대학까지 희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학생의 자기표현과 자아존중감이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것도 확인됐다. 타인의 대화를 경청하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는 자기표현 점수는 일반가구 학생의 경우 4점 만점에 2.86점이었으나 기초생활수급가구는 2.69점이었다. 또 중위소득 50% 미만 가구 학생(2.72점)에 비해 중위소득 150% 이상 가구 학생(2.90점)의 점수가 더 높았고 양(兩)부모가정 학생(2.86점)이 한부모·조손가정 학생(2.73점)보다 높았다.
자아존중감도 기초생활수급가정 학생은 2.78점으로 일반가정(2.86점)보다 낮았다. 인지발달, 언어발달에서도 기초생활수급가정 학생은 일반가정에 비해 평균점수가 0.13점, 0.19점 낮았다. 연구진은 “학생들의 삶과 성장 조건을 평등하고 동등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개입 방향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