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도 보지도 못한 투자”… 논란 계속되는 ‘조국 사모펀드’

입력 2019-08-18 16:36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이 74억5000만원의 투자를 약정하고 10억5000만원을 실제 납입한 사모펀드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의 ‘블루코어밸류업1호’는 ‘블라인드 펀드’다. 투자 대상을 모르는 데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유명하지도 않은 신생회사의 펀드에 거액을 투자하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낳고 있다. 사모펀드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고 펀드 매니저 교체 등 중요사항의 변경 사실이 공시되지 않아 금융 당국에서도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금융상품이다.

야당은 이 같은 투자를 놓고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혹은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해당 사모펀드가 사실상 조 후보자 일가의 개인 펀드처럼 보이는 점을 놓고 또다른 의혹도 제기된다. 직접투자와 달리 간접투자에는 별다른 공직자 규제가 없다는 허점을 활용, 사실상 주식투자를 하듯 운영을 지시할 수도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조 후보자 측은 “후보자 및 가족의 재산 형성, 재산 거래, 자녀 증여는 모두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세금 납부 등에 위법한 부분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18일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자료 등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가족은 2017년 7월 말 ‘블루코어밸류업1호’라는 사모펀드에 74억5000만원의 투자를 약정했고, 10억5000만원을 납입했다. 법조계의 한 세무 전문 변호사는 “돈이 없으면서 ‘70억원을 넣겠다’고 약정하는 사람은 통상 없다”며 “이 같은 약정과 투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코링크 측에 따르면 이 펀드는 “2년여의 운용 결과 현재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 상태로 펀드를 청산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사모펀드에 대해 안내하면서 “사모펀드 투자 시 자산운용회사와 판매회사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안내한 ‘금융소비자정보포털’의 ‘제도권금융회사조회’ 메뉴에서는 ‘코링크’를 찾아볼 수 없다. 금감원은 “사모펀드에 투자하고자 하는 경우 해당 펀드의 주된 투자대상과 투자전략이 무엇인지 집합투자규약 등을 통해 꼼꼼히 확인해 보고, 그 내용을 이해한 후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안내했었다. 조 후보자 측은 이번에 논란이 된 사모펀드에 대해 “어느 곳에 투자하는지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야당에서는 조 후보자 가족이 자녀 재산을 편법적으로 증여하는 방안으로 사모펀드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공격을 제기하고 있다. 중도 해지 시 환매수수료로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편법 증여는 오히려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반론도 자본시장에서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편법 증여 수단이라는 주장에 대해 “수익금을 남긴다는 보장이 없어 말이 안 된다”며 “수익이 안 나면 증여할 재산이 없다”고 했다. 조세 관련 전문가인 한 변호사도 “투자만으로 증여세를 줄인다는 건 사실관계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공직자에게 법으로 금지된 주식투자를 우회한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사모펀드는 전문 운용자에게 맡기는 것이 기본인데 규제가 잘 안 된다”며 “경우에 따라 투자자가 어떤 주식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개입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출자약정총액 100억원 이하의 규모로 운영된 ‘블루코어밸류업1호’의 출자 약정 대비 실투자 비율은 10% 중반이다. 이에 비춰 보면 조 후보자 가족이 납입한 돈은 이 사모펀드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물론 조 후보자는 모든 투자와 재산형성 행위가 적법했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는 기업 구조조정,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운용보고서의 교부 의무가 없고 고위험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불투명성이 늘 투자자들에게 위험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외환은행 먹튀’로 유명해진 론스타의 경우 스스로는 적법한 투자를 하는 사모펀드라 주장했지만 한국에서는 투기자본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2012년 서울대 교수로 있으며 ‘범죄자 론스타의 먹튀 저지와 금융공공성 회복을 위한 지식인·법조인 선언’에 동참했었다. 조 후보자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여러 논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 가서 소상하고 진솔하게 답변하겠다”고 했다.

허경구 구자창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