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일 외교해법 분수령…지소미아·독도방어훈련에도 영향

입력 2019-08-18 16:22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지난 3일 열린 일본 정부 규탄 집회에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하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격화된 한·일 갈등이 이번 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대화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대화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 여부나 독도방어훈련 실시 규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일단 두 사안에 대해 명확한 기조를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는 오는 20~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회의는 2016년 8월 이후 3년 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 기간 한·일, 한·중 외교장관 간 양자회담을 여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에서 3국 외교장관들은 3국 협력 현황에 대한 평가와 발전 방향, 주요 지역 정세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의는 한·일 갈등을 둘러싼 양측 정부의 향후 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는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양국 대화가 시작된다면 한·일 지소미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지소미아 파기 시한은 오는 24일이다. 이날까지 파기 여부를 통보하지 않으면 지소미아는 내년 11월까지 유지된다.

정부에서는 한·미·일 안보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 측 입장 등을 고려해 지소미아를 오는 24일 깨지는 않되 그 이후 상황 변화에 따라 일본과의 정보 교환을 사실상 중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는 한·일 지소미아 유지 여부만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않았을 뿐 파기와 유지에 따른 복수의 시나리오를 검토해놓은 상태다. 현재는 파국을 막기 위한 외교적 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일본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 우대국가)에서 제외키로 결정한 지난 2일 이후 “일본과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 소식통은 18일 “지소미아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하기 전에 이미 유지한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지만, 그 이후 한·일 갈등 악화로 재검토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10월 25일 실시된 독도방어훈련 모습. 해군 제공

한·일 양국의 대화가 재개될 경우 독도방어훈련은 저강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세력의 독도 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독도방어훈련은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실시된다. 군 당국은 지난 6월 실시하려다가 미뤄진 전반기 독도방어훈련을 광복절 이전인 지난 12~13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태풍 북상 등을 감안해 또 미뤄놓은 상황이다.

군 일각에서는 이번에 해병대 상륙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절차만 숙달하는 것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일본과 대화가 잘 풀리더라도 전반기 독도방어훈련을 생략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훈련 시기와 규모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한·일 관계가 ‘강 대 강’ 국면으로 악화될 경우 정부는 한·일 지소미아 파기 선언에 이어 대규모 독도방어훈련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28일 이후 독도방어훈련이 실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