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미국 내 이념갈등… 포틀랜드서 극우·극좌 시위대 충돌

입력 2019-08-18 16:22

미국에서 이념 갈등이 갈수록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극우 단체들이 활개를 치면서 이들을 폭력으로 응징하겠다는 극좌 세력 ‘안티파(Antifa·안티 파시스트)’의 활동도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극우 세력을 교묘하게 옹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가 갈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즈’는 17일(현지시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시위를 벌였다. 프라우드 보이즈는 백인·남성 우월주의 성향 단체로, 구성원 전원이 남성으로만 이뤄져 있다. 극우 세력을 감시하는 비영리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는 이들을 ‘증오 단체’로 규정한 바 있다. 이들 외에 ‘아메리칸 가드’ ‘스리 퍼센터스’ ‘데일리 스토머스’ 등 다른 극우 단체 조직원도 시위에 합류했다.

이에 안티파도 맞불 시위에 나섰다. 포틀랜드 당국은 양측 간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관 700여명을 투입했다. 양측 시위 장소 사이에 콘크리트 방벽도 세워 격리했다. 그럼에도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대응 과정에서 6명이 부상을 입고 1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일부 참가자가 각목과 쇠파이프, 최루 스프레이, 방패 등 무기를 휴대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프라우드 보이즈는 이날 시위에서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티파는 지난 6월 극우 집회를 취재하던 보수 성향 언론인 앤디 응오를 폭행하고 밀크셰이크를 뿌리는 등 린치를 가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극우·보수 성향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안티파를 ‘국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안티파는 별도의 중앙조직이나 지도자 없이 느슨한 형태로 이뤄진 조직이다. 구성원 대부분이 좌파나 무정부주의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종주의와 극우 세력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폭력적 수단도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안티파 지지자들은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맞불 시위를 벌이며 거리에서 극우 세력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 때 맞불 집회를 벌였던 것도 이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극우 세력의 편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포틀랜드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안티파와 우익 단체 모두 서로를 향해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익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에도 “안티파는 야구 방망이로 사람을 때리는 비겁한 극좌 미치광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불만을 표시했다. 휠러 시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위험하고 일촉즉발인 상황”이라며 “그런 잡음을 일으키는 것은 포틀랜드 당국의 사태 수습 노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라우드 보이즈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근거로 들어 이번 시위에서 자신들이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