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선 살아남지 못 한다…이색 추석선물 세트 봇물

입력 2019-08-18 15:23
남파고택 씨간장. 롯데백화점 제공

평범하기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유통업계의 추석선물세트 경쟁도 치열하다. 노포(老鋪)가 백화점 선물세트에 들어가고, 직접 만드는 막걸리도 등장했다. 실속형 선물세트부터 한우 채끝으로 만든 육포까지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해 처음으로 지역의 오래된 맛집과 협업한 추석 선물세트를 내놨다. 지역의 이름난 노포(오랜 세월 동안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인 전북 군산 ‘계곡가든’과 서울 강남구 ‘게방식당’, 전남 지역 유멍 종가인 ‘남파고택’이 롯데백화점과 손을 잡았다.

1884년 지어진 남파고택은 나주 밀양 박씨의 고택으로 중요민속문화재 263호로 지정됐다. 전통 방식으로 띄운 메주, 200년 이상 대물림하는 간장을 달여 만든 씨간장이 유명하다. 군산 노포 ‘계곡가든’의 갓 잡은 꽃게로 만든 게장, 미쉐린 가이드에 2년 연속 오른 ‘게방식당’의 간장새우 등이 추석 선물세트로 구성됐다.

소비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프리미엄과 가성비 제품으로 명절 선물세트도 양분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2016~2018년 추석선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 성장은 3~8% 정도였는데, 프리미엄 품목들은 10~20%에 이를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추석 내놓은 200만원짜리 ‘명품 한우’ 20세트는 판매 시작 3일 만에 매진됐다.

채끝살 한우 육포. 신세계백화점 제공

고급 제품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바탕으로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제품 구성을 한우, 굴비, 과일 같은 기본 선물세트 뿐 아니라 구이용으로 주로 쓰이는 부위인 채끝으로 만든 한우 육포, 제주산 특대 갈치 등으로 다양화했다.

한우 선물세트도 냉동보다 냉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의 영향까지 겹치며 냉장한우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마트가 사전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5일까지 매출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냉장한우 선물세트 매출이 27% 증가했다. 반면 냉동한우는 10%가량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1~2인 가구가 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해 단일 품목의 대용량 제품보다 여러 품목이 함께 구성된 소용량 제품을 더 선호하는 추세를 반영해 ‘컬래버레이션’ 선물세트를 대거 출시했다. ‘아보카도·망고 세트’ ‘로브스터·전복 세트’ ‘전복장·영덕게살 세트’처럼 고급스러운 제품들을 묶어서 내놨다.

DIY 막걸리 선물세트. 신세계백화점 제공

고급 제품만 잘나가는 건 아니다. 실용적이고 실속 있는 제품들이 다양하게 나왔다. 1~2인 가구의 증가와 가치 소비 성향을 반영해 전통적인 추석선물세트와는 동떨어졌으나 효용성 높은 제품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실속형 제품들은 20~30대가 즐겨 찾는 유통 채널인 편의점에서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편의점 CU는 49인치 TV, 공기청정기, LED 마스크, 에어프라이어 등을 추석 선물세트로 내놨다. GS25는 순금 동전, 순금 열쇠, 황금 소주잔 등 순금 관련한 제품들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한가위 밀키트 세트, 방탄소년단(BTS) 캐릭터로 디자인한 립스틱 세트, 토이스토리 에어팟 케이스 등 젊은층을 겨냥한 제품들을 출시했다. 이마트24는 1+1, 2+1 등 다양한 증정 행사와 함께 무료배송 서비스도 실시한다. 미니스톱은 반려동물 관련 상품 570여종을 내놨다.

재난대비 선물세트.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최근 소비 경향을 반영한 이색 상품들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라잇! 갤러리아’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친환경 제품, 소화기, 재난대비 키트,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 등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 선물세트라던지, DIY 막걸리 선물세트는 젊은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소비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무난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지만 합리적이고 특별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