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결혼식장에서 자살 폭탄 테러로 최소 63명이 사망하고 182명이 다쳤다. 최근 카불 경찰서 인근에서 폭탄 공격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150명 가까이 부상을 입은 지 불과 10일 만이다. 자폭테러의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프간 정부 대변인 페로즈 바샤리는 18일 수도 카불의 서부 ‘두바이시티’ 웨딩홀에서 전날 오후 10시40분쯤 자살 폭탄 테러범이 폭발물을 터뜨려 최소 63명이 사망하고 18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나스라트 라히미 내무부 대변인도 “테러범이 하객들 한 가운데서 폭발물을 터뜨렸다”며 “사상자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통상 아프간의 결혼식에는 수백명의 하객들이 참석하고, 남성은 보통 여성·어린이는 분리된 큰 홀에 모인다. 이번 결혼식에는 하객 약 1000명이 있었고, 폭발은 남성 하객들이 있는 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혼식에 참석한 모하메드 파하그는 “여성 구역에 있을 때 남성 구역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며 “약 20분간 홀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고 남자 구역에 있던 사람들은 거의 모두 죽거나 다쳤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폭발 테러가 발생한 지역은 시아파 소수민족인 하자라족 거주지역이다.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등 수니파 무장단체들은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하자라족을 겨냥해 거듭 테러공격을 해왔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지난 7일에도 탈레반의 자살 폭탄 테러 공격으로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145명이 부상당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번 테러를 비난하고 자신들의 소행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외신들은 이번 폭발이 미국과 탈레반이 18년 가까이 지속된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협정 체결을 앞둔 ‘불확실한’(uncertain) 시기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2016년 대선 전부터 아프간 철군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아주 좋은 회의가 막 끝났다”며 “19년 전쟁에서 반대편에 섰던 많은 사람과 우리는 가능하면 거래를 하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측은 아프간 내에서 국제 테러조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현지의 외국 주둔군을 철수하는 내용의 평화협정 골격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철수 규모와 시기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달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아프간 정부와 합의했지만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정부군을 겨냥한 공격을 계속해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