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중단됐던 KTX 장성역 정차가 재개되면서 광주역에 다시 KTX를 운행해달라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코레일과 광주시, 장성군 등에 따르면 다음달 16일부터 용산~서대전~목포 구간을 운행하는 KTX가 하루 4회 장성역에서 승객을 싣고 내린다. 2015년 4월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전 하루 12회씩 정차하던 KTX가 운행을 멈춘지 4년5개월여 만이다.
장성군은 KTX 정차 재개에 따라 5만여 군민과 육군보병학교, 포병학교, 기계화학교 등에서 초등군사교육(OBC)을 받는 상무대 군인, 가족들의 교통편의와 함께 관광산업이 활기를 띨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광주역에도 KTX가 다시 운행되게 해달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극도로 침체된 광주역 일대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KTX 운행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광주의 관문 역할을 해온 광주역은 교통·물류·유통의 중심축이었다. 하지만 광주시청과 전남도청이 상무지구와 남악신도심으로 이전하고 KTX까지 정차하지 않게 되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줄어 주변 숙박시설과 음식점, 상가 등이 줄지어 문을 닫았다. 상권붕괴와 도심 공동화가 가속화돼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2015년 호남고속철도 개통 때 KTX 정차역이 광주역이 아닌 광주송정역으로 일원화된 게 결정적이었다.
‘1도시 1거점역’ 정책에 따라 KTX가 광주송정역에만 정차하면서 2014년 177만명에 달하던 광주역 이용객은 2016년 39만명으로 78%나 감소했다. 현재 광주역에서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간헐적으로 정차하면서 겨우 명맥을 잇고 있다.
광주시는 민선 7기 이후 쇠락한 광주역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주변 50만㎡에 1조156억원을 투입하는 ‘경제기반형 도시재생뉴딜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민자유치 등이 성사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시는 문화컨텐츠 산업의 구심점이 될 창업복합시설과 가상/증강현실(AR/VR)지원센터 건립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 창업기업 확대 등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둔다는 방침이지만 최대 관건인 복합개발사업이 미지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주시는 코레일과 함께 현재 차량정비시설 부지 6만여㎡에 민자를 유치해 업무·판매·레저·주거·숙박 시설 등 복합단지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장성역처럼 광주역에 KTX가 다시 들어와야 대규모 민자유치 등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여론이 공감을 얻고 있다. KTX가 광주역에 진입해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역 KTX 운행재개는 그동안 정치권 등에서 수차례 제기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달 폐막한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KTX 운행이 임시 재개된 게 전부다.
시 관계자는 “대구를 잇는 달빛내륙철도와 광주역 도시재생뉴딜사업 등을 감안하면 KTX의 광주역 정차가 필요하다”며 “KTX 재진입은 중앙정부, 코레일 등과 머리를 맞대고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