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팀들이 모두 탈락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한국 전·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나란히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8팀 중 4팀에서 뛰는 6명의 한국 선수들이 오는 27~28일 열리는 8강 1차전에 나서 준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서아시아에선 알 사드(카타르)의 남태희와 정우영,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의 장현수가 8강 무대에 나선다.
남태희와 정우영은 시즌을 앞두고 팀 지휘봉을 잡은 FC 바르셀로나 레전드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 체제에서 중용 받는 모습이다. 두 선수는 알 사드의 올 시즌 첫 두 경기였던 ACL 16강 1·2차전 알 두하일(카타르)과의 경기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카타르 메시’ 남태희는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1대 1로 비긴 1차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남태희는 우측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2차전에서도 후반 29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 공격의 기점으로 활약했다. 사비 감독 아래서 중앙 수비수로 변신한 정우영도 두 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뛰며 굳건한 수비력은 물론 정확한 후방 빌드업 능력을 보여줬다. 두 선수의 활약을 앞세운 알 사드는 합계 4대 2로 알 두하일을 가볍게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지난달 프로 데뷔 팀인 FC 도쿄(일본)를 떠나 알 힐랄로 전격 이적한 장현수도 ACL 8강에 합류했다. 우측 중앙 수비수로 나선 장현수는 알 아흘리와의 16강 두 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합계 스코어 4대 3 승리를 이끌었다.
8강에서 세 선수는 모두 사우디 클럽을 만나게 된다. 알 사드는 오는 27일 알 나스르와, 알 힐랄은 오는 28일 알 이티하드와 각각 맞대결을 펼친다.
동아시아에선 광저우 헝다(중국)의 박지수와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의 권순태와 정승현이 8강에서 맞붙게 돼 눈길을 끈다.
박지수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지난달부터 꾸준히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의 선택을 받고 있다. 리그 13경기에 모두 나와 평균 걷어내기 3.3개, 태클 1.5개를 성공시키며 팀의 리그 1위를 견인하고 있다. 산둥 루넝(중국)과의 ACL 16강에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마루앙 펠라이니와 그라치아노 펠레를 봉쇄했다. 팀도 산둥을 승부차기 끝에 6대 5로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권순태와 정승현도 팀의 후방을 굳건히 지켰다. 가시마의 주전 골키퍼 권순태는 16강 1차전에서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를 상대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2차전에서도 산프레체가 퍼부은 17개의 슈팅과 7개의 유효슈팅을 3실점으로 막아내 팀의 3대 3 원정 다득점 승리를 이끌었다. 정승현은 2차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지만 지난 3일 쇼난 벨마레와의 J리그 경기에서 선발로 복귀해 ACL 8강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