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독촉 “다른 나라 지키려고 돈 내주는 데 지쳤다”

입력 2019-08-16 17:57 수정 2019-08-16 17:5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하면서 “다른 나라를 위해서 돈을 내는 데 지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재선 유세 연설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차 밝히며 동맹국들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가했다. 그는 특히 나토를 겨냥해 “그들은 돈을 체납했다”며 “7개 국가를 제외한 많은 나라가 내기로 한 돈을 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나토 회원국들이 오는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끌어올리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지만, 지난해까지 ‘GDP 2%’ 기준을 충족한 국가는 전체 29개국 중 7개국에 불과한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나토 재정의 70%를 미국이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유럽 동맹국에 나토 방위비를 더 내라고 촉구해 왔다. 그는 “동맹국들이 돈을 더 내지 않는데도 우리는 그들을 보호해준다”며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안됐지만 방위비를 더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한 뒤 나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부각하며 선거 홍보를 위한 업적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그는 “우리는 그간 국내에서 약화되고 해외에서는 경시당했으나 이제 더 이상은 해외에서 우리를 경시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나토 회원국을 제외하고는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틈만나면 한국 등에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가 한국의 분담금을 올해보다 5배 늘린 50억 달러(약 5조9000원)으로 책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뉴욕주 햄프턴스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도 “(뉴욕) 브루클린 임대아파트에서 월세 114달러13센트(약 13만7000원)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받는 것이 더 쉽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후원자들 앞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올린 것을 자랑삼아 생색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경시, 자국 우선’ 기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층 강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3일에도 미국의 대(對) 일본 무역적자를 설명하다가 “우리의 동맹국들이 적들보다 우리를 훨씬 더 이용해 먹는다”며 ”우리와 최악의 관계에 있는 나라들은 우리의 동맹국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