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가해기업에게 식사 등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양순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장완익 위원장)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활동가들과 피해자 10여명은 16일 특조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포스트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인 애경의 로비를 받은 양순필 특조위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양 상임위원은 최근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애경 측 관계자와 수차례 만나 식사와 선물 접대를 받는 등의 혐의(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검찰은 특조위에 양 상임위원의 비위 사실을 통보한 바 있다.
피해자들은 특조위의 주요 일정 중 하나인 청문회가 열리기 전 특조위의 진심어린 사과를 통해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2일부터 양 위원의 사퇴와 검찰의 추가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김기태 가습기넷 공동대표는 “특조위 구성 당시 피해자 가족들은 전문성이 없는 위원들을 선임하지 말 것을 야당 등 국회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도 않을뿐더러 로비 의혹만 낳았다”며 “특조위 상임위원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 자체가 특조위에 대한 정당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 상임위원 한 사람의 비위 사실로 인해 피해자 가족들은 특조위 전원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담당 국장은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국장은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조사하겠다는 상임위원이 제품을 만든 기업 관계자를 비공식적으로 만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양 상임위원이 어떤 청탁을 받고 어떤 편의를 제공했는지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특조위는 특조위원장 직권으로 양 상임위원의 직무를 정지했다. 특조위는 양 상임위원에 대한 내부 조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규정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다.
특조위는 27일부터 28일까지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어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과정과 후속 조치에 대한 문제점 등을 집중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열리는 청문회는 2016년 이후 처음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