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자유한국당에서는 “문 대통령의 정책은 오직 북쪽만 향하고 있다”(나경원 원내대표), “북한을 향한 여전한 짝사랑”(전희경 대변인) 등의 비판이 나왔는데, 북한은 오히려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가장 강도가 센 비난으로 화답한 것이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자가 최근 ‘북조선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았다’느니, ‘북조선의 도발 한 번에 조선반도가 요동치던 이전의 상황과 달라졌다’느니 뭐니 하면서 광복절과는 인연이 없는 망발을 늘어놨다”고 힐난했다.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불만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에 우려를 표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조평통은 또 문 대통령이 “지금은 남·북·미 모두 북·미 간의 실무협상 조기개최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발언한 대목을 두고도 “앞으로의 조·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 보려고 목을 빼 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지휘소훈련과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향후 5년 간 국방비 291조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2020~2024 국방중기계획’ 발표 등 무력증강 정세에 대한 노골적 불만 표시 성격이 짙다.
조평통도 이런 상황을 언급하며 “명백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괴멸시키자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라며 “남한 국민을 향해 구겨진 체면을 세워보려고 엮어댄 말일지라도 바로 곁에서 우리가 듣고 있는데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뇌까리는가”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경제’ 실현 구상에 대해서도 “지금 이 시각에도 남한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때에 대화분위기니, 평화경제니, 평화체제니 하는 말을 과연 무슨 체면에 내뱉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북쪽에서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 등으로 공격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사업에 조속히 나서라는 압박 목적도 있어 보인다.
조평통은 대담 말미에 “두고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도 했다. 북한이 북·미 간 협상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남북대화를 후순위로 미뤄두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북한 전문가들도 남북 경색 국면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