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들. 우리 과에는 1학년 마치고 군대 간 사람은 너희들밖에 없다. 기술을 배우려면 복학은 뭐하러 했냐. 너희들이 기술 배우면 1년에 20일 정도나 일할 거다”
지난 3월 복학생 3명의 개강 첫날은 잔인했다. 복학생 3명은 군 복무를 마치고 학교에 돌아와 지도교수를 찾아 진로 고민을 털어놨다. 하지만 교수는 2시간 동안 폭언과 함께 “무조건 동아리에 들어가 훈련을 해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복학생 류모씨는 이틀 후 학교에 자퇴원을 제출했다. 류씨의 아버지는 이 사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북의 한 대학 총장에게 학생들에게 폭언한 국제태권도학과 교수 박모씨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전 교직원에 대해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박 교수는 복학생들이 등록금 등 금전적인 문제를 호소할 때도 폭언을 했다. 그는 ‘중장비 자격증도 따면서 시간 날 때마다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겠다’는 학생들에게 “학교에만 전념해야지 아르바이트를 할 거면 학교는 왜 다니느냐. 너희들이 알바생이냐”고 말했다. 이후 류씨가 ‘교수와의 불화’를 이유로 자퇴원을 제출한 다음 날 박 교수는 ‘학과 적응 부족과 자격증 취득 준비로 인해 자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소견을 밝혔다.
박 교수는 문제가 불거지자 복학생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학생들이 태권도를 10년 넘게 한 인재들인데다 고등학교 졸업 전부터 입학 상담을 해줬던 이들이라 애정이 많았다”며 “다른 진로를 선택하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빛바랠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폭언이 나왔다”고 인정했다. 이어 “학생의 본분에 대해 설명하면서 잘못된 언어표현과 예시가 나왔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인권위는 헌법 10조에 명기된 피해자의 인격권을 인용하며 박 교수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박 교수의 발언은 학생들이 그동안 살아온 삶을 부정당하게 될 뿐 아니라 학생들의 선택을 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대학생들의 전인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교수로서 사회 통념상 수용하기 어려운 발언을 한 것은 모욕감을 주기 충분하다”고 봤다.
또 학교에 대해서는 “대학에서는 향후 학생들에 대한 유사한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박 교수를 포함한 전 교직원에게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