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찾은 대만 타이베이 국립극장. 안내 데스크 근처에 내걸린 포스터 배너에 시선이 꽂혔다. 배낭을 멘 채 마주보고 있는 두 남녀의 익숙한 옆모습. 한편에는 한글 공연명까지 적혀 있었다. 오는 29일부터 9월 22일까지 현지에서 공연될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2006년 초연된 ‘김종욱 찾기’는 한류 뮤지컬의 시초 격이다. 2013년 6월 중국 상하이 무대를 시작으로 그해 11월 일본에서 공연됐다. 2014년에는 중국 주요 3개 도시에서 앙코르 공연을 열었고, 2016년부터 3년 연속 일본에서 공연되며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았다. 소극장 창작뮤지컬로는 최초로 한·중·일 아시아 3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번 대만 공연은 오리지널 팀이 우리말로 진행한다. 대만 공연 기획사 유디엔 펀 라이프(Udn Fun Life) 관계자는 “첫사랑 소재의 로맨틱한 스토리, 뇌리에 박히는 음악 등이 대만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라이선스가 아닌 오리지널 공연을 택한 이유에 대해선 “대만 사람들은 한국 문화에 열광하고 한국어로 이뤄진 오리지널 라이브 공연을 즐긴다”고 전했다.
뮤지컬 한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종욱 찾기’ 외에도 수많은 ‘K뮤지컬’들이 이미 해외 관객들을 만났거나, 만나고 있다. 시한부 소년과 불량소년의 우정을 그린 ‘마이 버킷 리스트’는 올해 중국 13개 도시 투어를 확정했고, 현지 인기 가수들을 캐스팅한 라이선스 공연도 오는 12월까지 총 47회 이어갈 예정이다.
청춘의 열정을 다룬 ‘총각네 야채가게’는 일본 라이선스·오리지널 투어(2013~2015)와 중국 라이선스 투어(2014~2015)를 가졌고, 작가 지망생의 성장담을 그린 ‘팬레터’는 지난해 대만 타이중에서 오리지널 공연을 열었다.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와 베를렌,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 ‘랭보’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진행해 호평을 얻었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는 “최근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그 형태나 양상 면에서 매우 다양화되고 체질적으로도 튼튼한 생태계를 이뤄가는 흐름을 보여 반갑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는 단순히 외국 작품을 수입해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의 창작 뮤지컬을 어떻게 해외에 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작들은 대부분 대학로에서 소규모로 공연되던 작품들인데, 이는 상업성에 의존한 대형 뮤지컬보다 소극장 공연이 보다 실험적이고 과감한 시도들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 평론가는 “티켓 가격 현실화나 대형 공연장 마련 등 장기 공연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형 뮤지컬이 등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