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는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공적을 기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석상에서 ‘김원봉’ 이름을 꺼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보수야당은 ‘6·25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국가 행사에서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을 언급했다’며 강하게 반발했으며, 정부·여당이 올 광복절 등을 계기로 김원봉 서훈 문제를 다시 부각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최근 저항시인 이육사를 다룬 소설 ‘그 남자 264’를 쓴 고은주 작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 광복군에 합류한 김원봉의 조선의용대를 말한 이후 논란을 보면서 이육사 시인도 의열단이었다고 주변에 말하곤 했는데, 소설에 그런 내용들이 담겨 있어 기뻤다”며 김원봉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런데 15일 공개된 광복절 경축사에는 김원봉이 나오지 않았다. 백범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의 ‘사상적 설계자’로 평가받는 조소앙 선생, 교육자이자 민족대표 33인의 한사람인 남강 이승훈 선생 등이 언급됐다.
김원봉 서훈 반대에 앞장서온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북한 측에서 국가정보원에 ‘남한은 김원봉을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렇게 말하면서 “서훈 국정원장은 밝히시라. 이것은 남북문제에 걸립돌이 되는 사안이 아닐뿐더러 기밀사안은 더더욱 아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무장투쟁을 벌였던 김원봉은 해방 이후 1948년 월북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국가검열상, 최고인민회의 상무위원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1958년 김일성의 옌안파 제거 때 숙청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