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 현장 투입 10여분 만에 ‘쾅’…속초 승강기 추락 의문

입력 2019-08-15 17:13
1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공사용 엘리베이터가 추락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6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도 속초 주상복합아파트 공사현장 공사용 승강기(건설용 리프트) 추락 사고는 근로자들이 현장에 투입된 지 불과 10여분 만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속초경찰서는 사고 직후부터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 현장 책임자 A씨와 사고 근로자들이 소속된 리프트 장비 업체 관계자 B씨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사고 당일인 지난 14일 오전 8시10여분쯤 체조와 안전교육이 끝난 뒤 근로자들이 작업에 투입됐으며, 현장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쾅’하는 소리가 들려 달려가 보니 리프트가 추락해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고 신고 시각은 오전 8시 28분이었다. A씨의 진술대로라면 숨진 변모(35)씨 등은 현장 투입 10여분 만에 15층 또는 21층 높이에서 리프트와 함께 추락한 것이 된다.

사고 현장의 잔해물 상태나 공사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보면 사고 근로자들이 탑승한 3∼4m 크기의 리프트카가 갑자기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가면서 승강기를 지탱하는 철제 구조물인 마스트를 잡아끌듯이 추락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정사각형의 마스트 4곳의 볼트가 결속돼 있어야 하지만 일부 볼트는 사고 전 이미 풀려있는 것도 발견됐다고 경찰은 설명한다.

경찰은 이런 점 등을 종합해 빠른 해체 작업을 위해 마스트의 연결 볼트를 미리 풀어 뒀거나 아파트 외벽에 마스트를 고정하는 장치인 ‘월 타이’가 제대로 결속되지 않는 등의 요인이 겹쳐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또 현장 투입 직후 사고가 난 점에 비춰 15층 높이가 아닌 이날 철거작업 시작 지점인 21층 높이에서 추락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숨진 변씨 등은 4명이 한 팀을 이뤄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총 4기의 건설용 리프트를 철거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아파트의 내부 엘리베이터 설치가 마무리돼 작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건설용 리프는 제거하려 한 것이다. 2017년 1월 착공한 이 아파트는 오는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사고 근로자들은 지난 5∼9일 총 4기 중 2기의 리프트를 철거한 데 이어 세 번째 리프트도 31∼21층까지는 이미 철거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 날씨가 좋지 않아 4∼5일간 작업을 중단하고 있었다.

사고 당일은 세 번째 리프트를 21층부터 철거하던 중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21층에서 15층까지의 마스트 13단이 변씨 등 근로자가 탄 리프트카와 함께 지상으로 추락했다.

경찰은 사고 잔해물을 3D 스캐너 장비로 촬영하는 등 현장 감식을 벌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분석이 나오는 대로 관련자들의 과실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