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홍콩사태 적극 개입할까 “제2 톈안먼 안돼, 中 실수 말라”

입력 2019-08-15 17:04
사진=AP뉴시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으로 촉발된 홍콩사태를 관망하던 미국에서 ‘톈안먼 사태’를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개인적 만남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의 무력개입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방관하는 모습만 취하자 미국 내에서 거센 비판이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배후설’ ‘내정간섭’ 비판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미국이 적극 중재에 나설지 주목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홍콩사태에서) 자신들이 취할 조치에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톈안먼 광장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중국 정부가 민주화시위를 무력 진압하면서 빚어진 대규모 유혈참사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중국이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발전시켜갈 것이라 믿었던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중국의 치부를 들춤으로써 최근 홍콩사태에서 유사한 오판을 하지 말라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홍콩과 이웃한 중국 광둥성 선전에 중국 무장경찰이 탄 장갑차와 물대포 등이 대기 중인 사진이 공개돼 무력진압 가능성이 제기된다. 볼턴 보좌관은 이를 겨냥해 “미국은 줄지어 선 탱크 앞에 선 남자의 사진,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중국인들의 목소리, 1989년 중국 정부의 탄압을 기억한다”며 “홍콩에서 그와 같은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소극적 행보에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왔다. 초당적 지지단체인 ‘포린폴리시 포 아메리카’는 성명에서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의 발언은 독재자(시진핑)에 대한 기괴한 애정을 보여주는 수치스러운 사례”라고 비판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어떤 직접적 경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권도 초당적으로 홍콩사태를 비판했다. 미치 매코널 미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트위터에 “어떤 폭력적인 단속도 전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홍콩 경찰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업고 시위대에 무력사용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공포스럽다”고 지적했다. 볼턴 보좌관도 이날 “미 의회 분위기도 매우 들끓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하나의 실수라도 한다면 아마 미국 의사당 폭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부하직원들과 외교정책 운용 담당자들이 대통령을 대변하는지 불분명하다”며 존 볼턴 보좌관의 발언이 미국의 뜻을 대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홍콩 사태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과의 일대일 회동 추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트위터에 “시진핑 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만남?”이라고 썼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적인 개입에 나서려는 것인지 주목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