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對日 메시지 톤 낮춘 文… 한·일 외교접촉서 해법 마련될지 주목

입력 2019-08-15 16:07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년관에서 열린 제 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천안=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화와 협력’을 주문하면서 올 하반기 예정된 한·일 간 연쇄적 외교접촉에서 갈등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의 상당부분을 ‘대일 메시지’에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자유무역 질서를 저해하고 있으며,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려고 한다고 완곡하게 비판했다. 또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선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하지만 당초 강경한 대일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과 달리 경축사는 상당히 수위가 조절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과거사 성찰을 주문하면서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라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했다. 또 내년에 열릴 도쿄 하계올림픽과 관련해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다. 세계인들이 평창에서 ‘평화의 한반도’를 보았듯이 도쿄 올림픽에서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대일 메시지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큰소리 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던 지난 2일의 초강경 메시지와 분명히 대비된다. 특히 최근의 한·일 갈등을 촉발시킨 강제징용 배상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구체적인 과거사 문제는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도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과도 기류가 다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경축사 메시지가 ‘갈등을 더 에스컬레이트하지 않겠다.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가 대화 제의에 방점이 찍히면서 당장 다음 주부터 연쇄적으로 발생할 한·일 간 외교접촉에 관심이 쏠린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다음주 중국 베이징 외곽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다. 한·일은 이를 계기로 한 양자회담도 조율 중이다. 또 유엔 총회(9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10월), 한·중·일 정상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19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갈라만찬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한국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이므로 당장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획기적인 해법이 도출 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일본에 대화와 협력을 주문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일본 역시 과거사 문제는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외교적 해법 마련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