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쟁범죄 인정하라, 함께 싸웁시다”… 울려퍼진 1400번째 외침

입력 2019-08-14 16:41 수정 2019-08-14 17:16
시민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1400차 수요시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 싸웁시다.”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동원 사죄, 법적 배상을 촉구하는 1400번째 외침이 전 세계 10개국 34개 도시에서 동시에 울려 퍼졌다.

정의기억연대는 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1400차 수요시위를 열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약 2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낮 최고기온 35도의 폭염 속에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일본 정부는 가해자인데 피해자처럼 행동한다. 일본은 반드시 성노예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돌아가신 김복동 할머니는 끝까지 싸워 역사를 바로잡아달라고 하셨다. 1500차 시위는 할머니들의 고통을 담보로 진행되지 않도록 여러분도 함께 해 달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91) 할머니는 “이렇게 더운데 많이 오셔서 감사하다. 끝까지 싸워서 이기는 게 승리하는 사람”이라며 “여러분이 함께 힘을 많이 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북측의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가 전해온 연대 메시지도 공개됐다. 이 단체는 “일본은 패망한 지 74년이 되는 오늘까지도 성노예 범죄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1400차 수요시위 및 연대집회가 일본의 만행을 폭로하고, 여러 나라와 공동행동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며 “온겨레가 투쟁해 일본이 행한 과거에 대해 대가를 1000배로 받아내자”고 전했다.

윤미향(왼쪽) 정의기억연대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1400차 수요시위에서 연대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1991년 8월 14일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 증언을 한 날이다. 이후 용기를 얻은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고, 위안부 문제가 인권 문제로서 국내외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된 수요시위는 27년 동안 이어졌고, 이날로 1400차를 맞이했다.

중학생 박지미(15)양은 “위안부 기림일에 1400차를 맞은 수요시위라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할머니들 생전에 일본 정부가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기념해 서울 안양 수원 등 국내 13개 도시와 일본 영국 호주 등 해외 9개국 21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는 세계연대집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각국의 연대성명 및 연대영상 메시지도 상영됐다.

자원봉사를 해온 최고은(20)씨는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가 대부분이지만 여러 나라에서 공감해주고 연대해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위안부 피해 문제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공감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성명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시작한 미투(me too)는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의 위드 유(with you)를 통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전시 성폭력 추방을 위한 연대를 만들었다”며 일본 정부에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에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을 촉구했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관련 행사는 이날 곳곳에서 열렸다. 서울 백범김구 기념관에서는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서울 남산의 옛 조선신궁터에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가 세워졌고, 서울 송파책박물관 앞 정원에서는 소녀상 건립식이 개최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