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잔재 없애기 … 전범 기업 창업주 호 전주 ‘동산동’, 이젠 ‘여의동’

입력 2019-08-14 14:19 수정 2019-08-14 15:13
14일 전북 전주시 여의동 주민센터 입구에서 '여의동 주민센터 현판·기념비 제막식'을 마친 참가자들이 환호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광복 74주년을 앞두고 일제 잔재인 전북 전주시 ‘동산동’의 명칭이 105년 만에 ‘여의동’으로 변경돼 새로운 역사의 첫발을 내딛었다.

전주시는 14일 여의동 주민센터에서 김승수 시장과 강동화 시의회 부의장, 주민 등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여의동 선포식과 현판·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이날 “이곳은 오늘부터 일제 잔재인 동산동이 아니라 우리들의 자랑스런 이름인 ‘전주시 여의동’이다”며 “일제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명칭변경을 통해 새 시대를 열어주신 여의동 주민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이어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명칭 변경을 이루어낸 우리의 의지는 아픈 역사의 현장을 바꾸고 역사를 올바르게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의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산동은 1907년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기업 창업자의 장남 이와사키 하시야(岩崎久彌)가 자신의 아버지의 호인 ‘동산(東山)’을 따 창설한 동산 농사주식회사 전주지점이 위치했던 데서 유래됐다. 이후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시 동산리로 변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주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초 동산동 명칭 변경을 위해 주민과 시의원·전문가 등 20여명으로 ‘명칭 변경 추진위원회’를 구성, 주민설명회를 열고 찬반 설문조사를 하는 등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주민 설문조사에는 동산동에 살고 있는 1만 602가구 중 70%인 7418가구가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90.7%가 동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

이후 시 명칭변경추진위원회는 시민들이 제안한 36개의 이름 가운데 ‘여의동’으로 확정했다.

전주시 여의동 주민센터 앞 마당에 세워진 기념비. 김승수 전주시장(오른쪽)과 강동화 시의회 부의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여의동' 글씨는 서예가 여태명(원광대)교수가 썼다. 전주시 제공.

여의동은 ‘뜻을 이뤄주고 용(龍)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한다’는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은기 명칭변경추진위원장은 “오늘 제막식은 아픈 역사의 현장을 바꾸고 역사를 올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제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고 우리 지역의 특색과 자긍심을 높이는 새로운 '여의동'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주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친일행위 논란이 있는 김해강 시인이 작사한 ‘전주시민의 노래’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시는 자문위원회와 전문제작자 등을 통해 새 노래를 만들고 내년 1월 조례 개정을 거쳐 공표할 계획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