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文 대통령, “김복동 할머니 기억하겠다”

입력 2019-08-14 10:55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할머니들의 희망을 이어나가는 것”이라며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했던 수많은 할머니들과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평화와 여성인권에 대한 메시지로서 국제 사회에 공유하고 확산해 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4일 충남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서 열린 기림의 날 기념식에는 직접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의 외교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며 “양국 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가 전체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과 인권 문제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이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성과 교훈으로 삼을 때 비로소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본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위안부 합의에 서명했다.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국가 대 국가로 서명한 합의를 공식적으로 무효화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이다. 2012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이날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한 이래 민간에서 다양한 기념 활동을 펼쳐 왔다. 정부는 이런 뜻을 이어받아 지난해부터 8월 14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국립망향의동산은 위안부 피해자 49명이 안장된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 위안부 기림의 날 메시지]

“내가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오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입니다. 작년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했고, 두 번째 기림의 날을 맞았습니다.

우리가 오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릴 수 있었던 것은 28년 전 오늘,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피해사실 첫 증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할머니는 “내가 살아있는 증거입니다”라는 말씀으로 오랜 침묵의 벽을 깨셨습니다.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에 힘입어 슬픔과 고통을 세상에 드러낸 할머니들께서는 그러나, 피해자로 머물지 않으셨습니다. 여성인권과 평화를 위해 연대하는 인권운동가가 되셨고, 오늘 1,400회를 맞는 수요집회를 이끌며 국민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평화와 여성인권에 대한 메시지로서 국제 사회에 공유하고 확산해 나가겠습니다.

할머니들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할머니들이 계셔서 우리도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다른 나라의 피해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셨던 수많은 할머니들과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겠습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할머니들의 희망을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오늘 기림의 날, 항상 슬픔이 희망으로 승화되길 바랍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