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히말라야에 직지 이름을 딴 신루트를 개척하려다 실종된 직지원정대 박종성(실종당시 43세)·민준영(37)대원이 오는 17일 고국으로 돌아온다.
14일 직지원정대에 따르면 네팔 포카라 병원을 찾은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 대장과 대원 1명, 유족 1명 등 3명은 최근 네팔 현지 주민에 의해 발견된 시신 두 구의 신원을 고 민준영·박종성 대원으로 확인했다.
이들은 시신과 함께 발견된 소지품 중 박종성 대원이 등반 도중 친필로 글을 적은 배낭 레인커버도 확인했다. 박 대원은 배낭 레인커버에 ‘2009 직지. 히운출리 원정대. 나는 북서벽을 오르길 원한다’는 뜻의 영문 문구를 적었다.
두 대원의 시신을 확인한 이들은 네팔 현지에서 화장 절차까지 마치고 유해를 수습해 돌아올 계획이다. 입국 예정일은 오는 17일이다. 국내에서의 장례식 절차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직지원정대는 2006년 충북산악구조대원을 중심으로 해외원정등반을 통해 현존하는 금속활자 인쇄본 중 가장 오래된 직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결성한 등반대다. 고 민준영·박종성 대원은 2009년 9월 직지원정대의 일원으로 히운출리 북벽의 신루트인 ‘직지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그달 25일 오전 5시30분 해발 54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와 마지막으로 교신하고 난 뒤 실종됐다.
동료들은 이들을 찾아 열흘 동안 수색했다. 헬기를 띄워 북벽 곳곳을 찾았지만 두 대원을 발견하지 못하고 귀국했다. 직지원정대는 2013년 베이스캠프 인근 4200m 지점에 두 대원의 추모비를 세워 이들의 넋을 기렸다.
이들은 실종 1년여 전인 2008년 6월 히말라야 6235m급 무명봉에 올라 히말라야에서는 유일하게 한글 이름을 가진 ‘직지봉’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같은 해 7월 27일 이 봉우리의 이름을 직지봉으로 승인했다. 이는 히말라야에 있는 유일한 한글 이름 봉우리다.
충북산악연맹 관계자는 “현재 시신과 유품 간 DNA 조사 등을 진행 중이지만 두 대원임이 확인됐다”며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직지원정대 2명이 10년 만에 고향 땅을 밟는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