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지킴이’ 혼다 전 美하원의원 “아베 어리석어...경제규제 부적절” 비판

입력 2019-08-13 17:13
13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이 '미국 내 기림비를 통한 위안부 이슈의 확산과 의미'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위안부 지킴이’로 알려진 마이크 혼다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경제 규제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혼다 전 의원은 1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아베 총리가 (정부 정책을) 국제 무역 정책의 수단으로 쓰는 것은 부적절(inappropriate)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성노예와 일본군의 역할에 대한 아베 총리의 생각은 매우 잘못됐다”며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아베가 어리석고 어린애 같이 굴고 있다(being foolish and childish)”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게 분명하게 사죄해야 한다”며 “교과서에도 (위안부 관련 내용을) 실어 미래 세대가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심포지엄에서도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재차 요구하며 미국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이 '미국 내 기림비를 통한 위안부 이슈의 확산과 의미'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혼다 전 의원은 2007년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H.R. 121) 통과를 언급하며 “당시 일본은 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게 하려고 많은 힘을 썼다. 미국 공화당도 일본 정부와 긴밀한 관계가 있어 수면 위로 문제가 떠오르길 원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미국은 그간 침묵하며 일본 정부에 적극적으로 사죄를 요구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일본이 전 세계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할 수 있도록 미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혼다 전 의원은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미국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정치인이 자신의 책임을 이해하고 정치적인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미국 정치인들을 설득하려면 제대로 된 정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미국 의회가 문재인 정부와 협업해 일본의 사죄를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출간 18년만에 영어와 일본어 번역본 출간을 앞둔 위안부 증언집 4권 연구성과도 공개됐다. 지난해 시작된 증언 4집 번역은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교 최정무 교수를 주축으로 한 번역팀과 서울대 여성연구소 감수팀의 공동작업으로 진행됐다.

감수를 맡은 서울대팀은 영문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주 작업에 힘을 쏟았다. 가령 ‘손님을 받다’는 표현이 성매매한 것처럼 오해받지 않도록 어떤 경제적 대가도 받지 않았다는 각주를 달았다. 일본군의 개입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맥락상 군인으로 판단되면 ‘사람’이란 단어는 ‘soldier’(군인)로 번역했다.

최정무 교수는 “발화의 리듬과 비트, 심지어는 중간의 멈춤까지도 빼놓지 않고 번역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