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신형 무기체계 개발·완성에 기여한 군수 분야 과학자 103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영·위관급 승진 명단도 이례적으로 공개했는데,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 이후 떨어진 군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일련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마치고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집중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의 명의로 발표한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 크게 공헌한 국방과학 연구부문 과학자들의 군사칭호를 올려줄 데 대해’라는 명령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전술지대지미사일(추정) 등 신무기 3종세트에 대한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과학자들이 역사적인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결정과 제8차 군수공업대회 정신을 높이 받들고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고 주체혁명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무적의 군사력으로 담보해나가는 데서 관건적 의의를 가지는 위력한 새 무기체계들을 연속적으로 개발, 완성하는 특기할 위훈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장(중장) 및 소장(준장) 각각 1명, 대좌 12명, 상좌 32명, 중좌 29명, 소좌 21명, 대위 4명, 상위 2명, 중위 1명 등 승진 명단을 공개했다. 북한이 위관급 승진 명단을 공개한 것은 2015년 10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이번 대대적인 승진 인사를 통해 그동안 떨어진 군의 사기 진작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27 정상회담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 및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등으로 핵과 미사일 등의 실험이 한동안 중단되면서 군의 사기가 이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인사는 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일련의 시험발사가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대내외에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최근 시험발사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이에 김 위원장이 만족했다는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향해서도 시험발사가 성공적이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임박하면서 대대적인 승진을 단행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사일 발사 국면을 마무리하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승진 인사를 단행한 만큼 추가적인 미사일 시험발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도 대남 비난을 이어갔다. 북한은 지난 11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청와대를 ‘개’로, 한국군의 훈련을 ‘똥’으로 표현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노동신문은 ‘정치간상배들의 터무니없는 삿대질’이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 기사에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의결한 국회를 향해 “친미굴종과 동족대결에 환장한 추악한 정체를 그대로 드러내놓았다”고 비난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만 협상하고 남한은 배제하는 북한의 전략) 의도를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