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시, 친일파 공적비 앞에 친일 행각 알리는 ‘죄상비’ 설치

입력 2019-08-13 15:51
을사 5적 중 한명인 박제순의 치적을 기리기 위해 설치된 박제순 거사비(뒤)와 그의 친일 행적을 기록한 죄상비(앞). 공주시 제공

충남 공주시가 일제 식민지 시절 국권침탈에 가담한 친일파의 행적을 낱낱이 기록한 이른바 ‘죄상비’를 설치했다.

공주시는 이인면사무소 내 을사 5적 박제순의 공덕을 기리는 ‘거사비’ 앞에 그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했다고 13일 밝혔다.

1895년 9월에 세워진 박제순 거사비는 1894년 동학농민군과의 격전에서 동학농민군을 소탕하고, 황폐해진 이인역의 복원과 백성을 구제한 치적을 기린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 때문에 조속한 철거가 필요하다는 여론과, 비석을 남겨 후대에 역사 교육용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대립했다.

시는 철거 대신 박제순의 행적을 자세하게 알리는 방법을 택했다.

설치된 표지판에는 박제순이 1894년 공주 우금치 전투 당시 충청관찰사로 재임하며 일본군과 함께 동학농민군 진압에 앞장섰고, 1905년 외부대신으로서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해 을사 5적으로 지탄받는다는 내용이 기록됐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친일행적 논란이 있던 인물을 비롯해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비석에 대한 일제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제2, 제3의 죄상비를 설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