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이 직접 나서 자사주 매입하니…주가 반등해 11만원대 회복

입력 2019-08-13 15:39 수정 2019-08-13 15:48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뉴시스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낸 이마트가 9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자산 유동화로 건재함을 드러냈다. 이마트는 회사가치 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보고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13일 이마트 발행 주식 총수의 3.23%에 해당하는 자기주식 90만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매입 금액은 12일 종가 기준으로 약 949억5000만원 수준이다.

이마트가 9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결정을 공시하자 증권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장중 한 때 11만3000원까지 올랐고, 종가는 전날(10만5500원) 대비 6.64% 오른 11만2500원으로 반등했다.

자사주 취득 예정기간은 오는 14일부터 11월 13일까지로 장내매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이마트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2011년 기업 분할을 통해 ㈜신세계에서 별도로 상장한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 들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위기론’에 시달려 왔다. 증권시장에서는 올해 초 18만원대였던 주가가 12일 기준 10만5500원으로 41%가량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마트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부터 ‘분기 첫 적자설’이 흘러나왔고, 지난 9일 공시된 2분기 적자 수준(299억원)이 증권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충격을 줬었다.

이마트는 하지만 회사가치 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판단하고 자사주 매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미래 실적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회사는 앞으로도 사업 포토폴리오 다각화, 기존점 리뉴얼, 수익성 중심의 전문점 운영 등 미래 현금흐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주주이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4일까지 대주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장내매수를 통해 이마트 주식 14만주를 약 241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자사주 매입 외에도 점포 건물을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자산유동화를 이뤄 재무 건전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예상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이다. 이마트는 대부분 자가점포를 보유하고 있어서 지난 2분기에 종합부동산세 등 재산세 납입에 따른 적자폭도 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마트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의 자산유동화를 위해 이날 오후 KB증권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자산유동화를 위해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변동되는 자가점포는 10여개 정도로 예상된다. 이마트는 주관사인 KB증권과 협의해 자산유동화 대상 점포를 선정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올해 안에 모든 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점포를 매각한 이후에도 10년 이상 장기간 재임차하게 된다”며 “기존 점포운영은 자산유동화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2분기에 연결 기준 2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난 9일 공시했었다. 삐에로쇼핑·부츠 등 전문점의 영업적자가 188억원, 자회사인 SSG닷컴 113억원, 이마트24가 64억원, 조선호텔이 56억원, 할인점이 43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2분기는 전통적으로 비수기이고 재산세를 내야해서 일시적으로 적자가 발생한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수익성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기존 점포 리뉴얼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