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미·중 무역 갈등에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더해져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며 “정부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 갈등 국면에서 가짜뉴스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는대로 가짜뉴스 대응안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의 일치된 평가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며 “신평사들은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세는 건전하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중심을 확고히 잡으면서, 대외적 도전을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는) 올바른 진단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 경제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8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을 부당하게 또는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폄훼하는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적극 설명해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가짜뉴스는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심각한 도전”이라 평가했고, 지난 6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지난 2년 간 남북 관계에 진전이 없다’는 지적을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포함해 올 한해 공식석상에서 4차례나 가짜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가짜뉴스를 사회 통합의 중대한 걸림돌로 보고 대응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월 청와대 내 허위조작정보 대응팀 구성을 지시했고, 긍정적인 경제 지표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
청와대는 노 실장의 지시에 따라 홍보기획비서관실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어 가짜뉴스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정보가 가짜뉴스에 해당하는 지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노 실장이 지난 6월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 좋은 경제 지표를 올리고 있는 것도 가짜뉴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향후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 사령탑은 한상혁 후보자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가짜뉴스는 규제 대상”이라며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문제되는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범위 밖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출신의 진보성향 언론전문 변호사다. 한 후보가 대표로 활동하는 민언련은 보수 신문 보도 감시와 모니터링이 주요 활동 중 하나였다. 한 후보자는 지난 9일 방통위원장 내정 소감문을 통해 인터넷 문화 조성을 저해하는 허위 조작정보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은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사퇴했다. 정치권에선 가짜뉴스 규제를 놓고 이 전 위원장이 청와대와 의견 차이를 보여 물러났다는 관측이 있었다. 실제로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규제 입법과 단속을 골자로 하는 대응안을 보고했으나 문 대통령은 이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근절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직접적인 가짜뉴스 규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튜브, 넷플릭스처럼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는 OTT(Over The Top) 서비스는 현행법상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코리아 측은 자체 지침을 어기지 않는 한 컨텐츠 삭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직접 가짜뉴스 제재에 나서는 건 위험이 크다는 입장도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와 시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가짜뉴스로 규정될 경우 공정성 논란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