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재임 시절 비서진들이 작성한 일종의 ‘VIP’ 관리 문건의 일부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서는 ‘요주의, 중요도 최상’이라는 설명이 달려있었다.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의 장인인 손진곤 전 변호사, 허범도 전 국회의원, ‘상도동 김기수 회장’ 등도 문건에 포함돼 있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13일 열린 KT 부정채용 사건 재판에서 검찰은 부정채용이 벌어질 당시 이 회장의 비서실이 관리하던 ‘이석채 회장 지인 데이터베이스(DB)’ 엑셀 파일 일부를 공개했다. 파일에는 김 의원에 대해 “요주의. 전화 관련 시비 많이 거셨던 국회의원으로 KT 출신, 중요도 최상”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옥모(50) 전 비서팀장(현 케이뱅크 경영기획본부장)은 이날 증인으로 나서 이 명단이 당시 비서실 구성원이었던 실장, 팀장, 여직원 2명 등이 이 전 회장의 지인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문서라고 증언했다. 명단은 1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재판에서는 극히 일부인 4∼5명만 공개됐다.
공개된 명단 가운데는 김 의원 외에도 권 지검장의 장인인 손진곤 전 변호사, 허범도 전 국회의원, ‘상도동 김기수 회장’ 등도 포함돼 있었다. ‘상도동 김기수 회장’의 손자는 2011년 KT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으나, 이듬해인 2012년에 그의 외손녀인 허모씨가 부정 합격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상도동 김 회장’의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 전 회장이 김영삼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사실을 고려하면 같은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수 전 비서실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2012년 상반기에 부정 채용된 의혹을 받는 허범도 전 의원의 딸이 신입사원 연수 도중 동료들과 불화를 겪었다는 내용의 이메일도 재판에서 공개했다.
공개된 메일을 보면 2012년 8월 당시 천모 KT 인재육성담당 상무가 인재경영실 상무에게 “허○○ 신입사원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져 간다. 집에 다녀오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같은 조 여자 신입 2명을 다른 조로 바꿔 달라고 요청한다. 다른 동기들과 갈등도 있어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는 KT 신입사원들이 강원도 원주에서 합숙 교육을 받던 시기였다.
당시 인재 육성을 담당하던 천 상무는 “이 친구를 집에 보낸다면 소문이 나면서 갈등 관계가 증폭될 수 있다”고 이 회장 비서실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 의원의 딸은 인적성, 면접 등의 결과가 불합격에서 합격으로 조작돼 당시 최종 합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