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년 530조 ‘자이언트급’ 예산 편성 요구

입력 2019-08-13 11:21 수정 2019-08-13 11:33
이인영(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0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확장적 기조’로 편성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민주당 쪽에서는 내년 예산 규모를 최대 530조원까지 늘리고, 일본 수출규제 관련 대응 예산으로 ‘2조원+알파(α)’ 규모를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2020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경기대응과 혁신성장 뒷받침을 위해 내년 예산은 보다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를 가져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정협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일부 여당 인사들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예산 규모를 510조~530조원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본예산은 469조6000억원으로, 내년 예산을 530조원까지 늘리려면 증가율은 12.9%까지 높여야 한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균형재정을 맞추려고만 하는데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는 재정적자를 감안하더라도 공격적으로 확장재정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지난해 대비 올해 예산 증가율인 9.5% 이하 수준을 고려하고 있어 당의 요구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관련 예산의 대폭 확대도 주문했다.

윤 수석부의장은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서는 부품·소재산업 지원 예산이 추가경정예산에도 편성됐는데 내년도 예산은 보다 더 과감히 발굴해 반영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조원+α로 하기로 했는데 알파의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핵심 부품·소재·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7년간 1조원씩 총 7조원을 투입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초반 투입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장 내년에 정부가 계획하는 ‘1조원+α’가 아니라 ‘2조원+α’를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며 “1년 차, 2년 차에 5조∼7조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가시적인 효과를 빨리 내고 차차 투입 예산을 줄여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부의장은 “상임위원회 간사들이 제시한 예산을 정부 부처에서 논의한 뒤 추후 다시 한번 당정협의를 하기로 했다”며 “이번 협의는 수치를 논의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전체적 예산편성 기조와 주요 내용, 근거 등을 보고받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보국은 “구체적 재정규모와 수치에 대해서는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년도 예산안 530조원 규모에 대한 발언은 개별 의원이 재정 확대를 강조하면서 예시된 의견”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당정협의에는 당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및 상임위원회 간사들이 참석했고 정부에서는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이 참석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