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일 페이스북에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한글을 읽고 쓸 줄 모르던 “충청도 할매” 51명이 충남교육청 평생교육원을 통해 글을 익혔다는 사연을 전하면서 이들 할머니가 연필로 써서 보내온 편지까지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계속 (공부)하겠다는 향학열을 보여주셔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렇듯 ‘강추’한 신간은 충청도 할머니 51명이 공동으로 펴낸 ‘요리는 감이여’(창비교육)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할머니들의 요리법엔 구체적인 규칙이 없다. 할머니들은 말한다. “요리는 레시피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감으로 하는 것”이라고, “이 나이쯤 되면 대충 눈대중으로 담궈도 난리가 나게 맛있는 겨”라고 말이다.
‘요리는 감이여’는 ‘김치와 장아찌’ ‘국, 찌개와 반찬’ ‘요리’ ‘간식’ 4부로 구성됐다. 질겅이 장아찌를 시작으로 열무김치 소고기미역국 계란찜 고등어조림 찰밥 인절미 등이 차례로 이어지는데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각 챕터의 첫머리에는 자신만의 요리법을 소개한 할머니의 연세와 거주지, 평범했지만 신산하기도 했던 삶의 이력을 정리한 내용이 적혀 있다. 이어 각 음식에 담긴 자신의 사연을 소개한 내용과, 손글씨로 자신의 요리법을 맛깔스럽게 적어 내려간 페이지가 등장한다. 말미에 실린 ‘할머니가 알려주는 사계절 제철 재료들’ ‘할머니 요리어 사전’도 인상적이다.
할머니들은 오는 22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출판 기념회를 연다. 요리사 박찬일은 추천사에 이렇게 적었다.
“비뚤빼둘한 글씨로 ‘미원도 반 찻숟갈’ 하는 대목에서는 슬며시 웃음도 나온다. 무엇보다 여기 적힌 글들은 오랜 시간 검증된 레시피이기도 하다. 흔한 것은 그것대로 만만해서 해 보고 싶고, 흔하지 않은 것은 ‘도대체 이런 요리가 있었어?’ 하는 호기심에 만들어 보고 싶게 만든다. …그렇지, 저울 찾지 말고 감으로 해보는 거지 뭐. 사실 우리 인생도 감으로 살고 있는 거 아닌가. 할머니들, 고마워요. 오래 사세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