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日 수출규제 사태 계기로 ‘획기적 규제 완화’ 거론…양대 노총 강력 반발

입력 2019-08-12 17:40 수정 2019-08-12 17:42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사태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전면적인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완화할 필요성이 있는 규제들을 분류·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 제시된 규제(공정거래법·화학물질관리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산업안전보건법 등)등의 법 개정이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 될 전망이다.

앞서 당 회의에서도 규제 완화와 관련된 공개적인 발언이 나왔었다. 민주당 내 규제 완화론자로 꼽히는 최운열 의원은 지난 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개도국형 건별 규제에서 선진국형 포괄 규제 체계로 바꾸고,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최 의원은 당장 규제 완화가 시급한 분야로 서비스업 분야 등을 꼽고 있다. 지금까지 ‘추격형 경제’를 추구한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 분야는 ‘선도형 경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도 통화에서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선 원내지도부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소재·부품 관련 규제가 검토되겠지만, 연구·개발(R&D) 분야에서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나 화평법·화관법 등도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과도한 규제 완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그중에서도 생명·안전 규제 완화는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일본의 보복 조치가 기업들의 민원 해결에 악용되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기 위해 제정된 화평법이나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안법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정의당도 정부·여당의 규제 완화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상무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일부 대책은 일본 수출규제라는 국가적 위기를 이익 추구의 기회로 삼으려는 재계의 불순한 규제 완화 요구를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도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건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일본 무역 규제를 핑계 삼아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노동자 안전을 팔아 얻을 수 있는 것은 재벌의 값싼 환심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역시 전날 민주당 의원이 주 52시간 노동 유예 법안을 낸 것에 대해 “노동 존중 사회로 가는 첫 단추인 노동시간 단축 흐름에 역행하는 주 52시간 노동 유예 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정부와 민주당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를 핑계로 산업 안전 조치 간소화, 장시간 연장 노동 허용, 화학물질 관련 규제 완화 등의 노동기본권을 허무는 대책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