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렸던 고유정(36)의 첫 공판을 지켜본 전 남편 강모(36)씨의 유족들이 “한 편의 소설을 본 것 같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강씨의 친동생은 이날 공판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는 고유정 측 변호인에 대해 큰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형님의 시신을 찾지 못해 죄책감 속에 살고 있다”며 “형님의 명예를 되찾고 고유정이 극형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앞서 사임한 (고유정의) 변호인단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사죄가 우선이라는 말과 함께 사임했었다”며 “그렇게 사임했던 변호사가 재판 준비과정에서 조언했다면, 어떤 사죄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유정은 이번 공판을 앞두고 새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고유정의 변호를 맡았다가 비판 여론에 사임한 변호인단 5명 중 1명이다. 그는 고유정의 변론을 위해 몸담았던 법무법인에서도 퇴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과 그의 변호인은 이날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강씨의 성폭행 시도로 인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강씨에게 변태적 성욕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사건 발생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렸다.
이어 “피해자가 설거지하는 평화로운 전 아내(고유정)의 뒷모습에서 옛날 추억을 떠올렸던 것”이라며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고 주장했다.
이에 피해자 측 강문혁 변호사는 “피고인 측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인 진술을 다수했다”며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 변호사는 재판 후에도 “고유정 측 변호인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변호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안다”며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측 변호를 잘 보면 객관적인 증거들과 모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피고인 측은 감형받기 위해 피해자를 공격하고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고유정 측 변호인은 취재진 질문에 “지금 드릴 말이 없다”고 답변을 거부하며 급하게 법원을 빠져나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