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불매 한달, 광복절 맞아 ‘애국 마케팅’도 가세…상술 논란도

입력 2019-08-12 16:55 수정 2019-08-12 17:05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 진열대에 지난 4일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시민들이 시작한 불매운동은 기업이 일본 제품을 판매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애국 마케팅을 강화했다. 뉴시스

광복절을 앞두고 업계가 속속 ‘애국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애국 마케팅 열기를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일부 업체가 도가 지나친 마케팅 활동을 벌여 한·일 분쟁을 상술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커머스업체 위메프는 국내 기술로 제조된 우수 중소상공인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위아더코리아’ 기획전을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광복절이 있는 8월 내내 위아더코리아 기획 상품에 15% 할인쿠폰을 적용하고 광복절 당일에는 할인 폭을 두 배로 적용하기로 했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판로가 마땅치 않은 중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취지다.

위메프는 또 15일까지 중국 상해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항공권을 할인하는 ‘대한독립만세’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위메프는 “광복절의 뜻을 되새길 수 있는 해외 독립운동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들은 이달 들어 다퉈 애국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1일부터 ‘나만의 냉장고’ 앱을 통해 스탬프를 모은 고객들에게 독도사랑을 주제로 디자인한 에코백을 증정하는 마케팅을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실시하던 역사 바로 알리기를 이어간 것이다. 일본 볼펜 불매운동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던 모나미도 무궁화를 주제로 디자인한 모나미 볼펜 ‘153 무궁화’를 출시해 인기를 이어갔다.

소비자 불매운동이 한 달 넘게 이어지자 불매운동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던 기업이 적극적으로 애국 마케팅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셀 수 없이 많은 홍보 이벤트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애국 마케팅은 소비자의 관심을 충분히 끌 수 있는 요소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지난 1일부터 GS25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상품에 태극기 역사가 담긴 스티커를 부착해 역사 바로 알리기에 동참했다. GS리테일은 자사 모든 유통업체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에코백도 나눠줬다. GS리테일 제공

하지만 반일·애국 마케팅이 도가 지나쳐 상술로 전락하는 때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또봉이통닭은 일본 여행권을 취소한 고객에게 경품을 증정하기로 했다. 기업이 나서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사례로 비춰 비판이 일었다. 또봉이통닭은 여행을 취소한 고객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교수는 “애국심을 가진 소비자 마음을 헤아려서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이 역사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선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도) 일본 정부의 잘못한 점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기업이 일본 국민에 대해 적대시하는 쪽으로 접근하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한·일 문제를 해결하기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기업과 정부가 불매운동 구심점으로 자리 잡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불매운동을 자발적인 시민운동이라고 여겨온 시민들은 기업이나 기관이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것을 크게 경계해왔다. 서울 중구청은 지난 6일 지자체 차원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가 시민들의 비판을 받고 5시간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