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전남편)변태성욕자, 졸피뎀 안먹여”···“선 넘었다”, 방청객 야유

입력 2019-08-12 16:26 수정 2019-08-13 11:27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은 첫 공판에서부터 예상대로 우발적 살해임을 시종일관 주장했다. 살해는 했으나 전 남편 강모(36)씨에게 성폭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방어하려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것이다.

특히 ‘변태성욕자’인 전 남편에 대한 자기방어였고, 검찰이 주장하는 ‘졸피뎀’은 남편이 저녁을 먹지 않아 복용하지도 않았다며 우발적 살해라는 논리를 재차 강조했다. 이를 듣던 방청석에서는 심한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달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불참했던 고씨는 12일 오전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 심리로 열린 첫 정식 공판에서 수감번호 38번이 쓰인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 12일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지 두 달 만이다. 예전 모습처럼 머리카락은 풀어헤친 채 얼굴을 가리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피해자 가족과 일부 방청객은 고씨를 향해 “살인마, 머리를 올려라”며 격한 감정을 쏟아내다 법원 관계자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고씨는 재판 내내 방청석 쪽으로는 풀고 온 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다만 재판부가 있는 방향으로는 머리카락을 귀 옆으로 넘겨 판사들과 눈을 맞추고, 신원을 묻는 재판부의 인정신문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떨리는 듯 한 어조로 대답하기도 했다.

이날 첫 공판에서 검찰 측은 “피해자 면접교섭권 대응으로 분노를 느낀 고유정이 불안한 재혼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살해를 결심했다”며 고씨의 계획적인 살해에 대한 공소사실을 15분 간 읽어 내려갔다.

이에 고씨 측은 먼저 피해자인 전 남편이 “변태성욕자였으며, 우발적 살해”라는 점을 강조하며 검찰 측 주장을 맞받아 쳤다.

고씨 측 변호인은 “(고유정이) 피해자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며 “피해자의 변태적인 관계 요구에 고씨는 사회생활을 하는 전 남편을 배려했다”고 밝혔다.

또 아들과의 면접교섭이 이뤄지는 동안 전 남편 강씨가 스킨십을 유도하기도 했고, 펜션으로 들어간 뒤에도 수박을 먹고 싶다는 아들이 방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싱크대에 있던 피고인에게 다가가 갑자기 몸을 만지는 등 성폭행을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특히 “피해자가 설거지를 하는 평화로운 전 아내의 뒷모습에서 옛날 추억을 떠올렸고,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고씨 측은 검찰 측이 주장하는 계획적 살해의 증거인 ‘졸피뎀’과 관련해서도 반박적인 논리를 내세웠다.

고씨 측 변호인은 “지난 5월 10일 검색 내역 630여개 가운데 고씨가 검색한 ‘졸피뎀’은 (당시 논란이 된) 버닝썬과 관련된 졸피뎀이었다”며 “피해자는 (사건 당일) 저녁을 안 먹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졸피뎀으로) 피해자를 항거불능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도 피고인이 몸싸움을 했다는 모순을 보인다”며 “이불에서 나온 혈흔도 피고인 자신의 것이어서 피해자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 측이 공소사실을 통해 계획범죄 증거로 제시한 ‘졸피뎀’ ‘뼈 무게’ ‘뼈의 강도’ ‘제주 바다 쓰레기’ ‘키즈 펜션’ 등과 관련한 검색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고씨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이 고씨의 검색 패턴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고, 앞 뒤 연관된 검색 상황을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이 계획적이었음을 입증하려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고씨의) 검색어가 연관 검색어가 아닌 포털 등에 직접 입력한 것이다”며 “추가 감정한 이불뿐만 아니라 붉은색 담요에서도 명확하게 피해자의 혈흔이 나왔고,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재차 반박했다.

검찰은 “변호인의 주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추후 증거 조사과정에서 명확하게 제시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와 함께 “국선 변호인 외에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을 허락한 적이 없다. 어떻게 현 변호인이 (수사기록)을 입수했는지 밝혀 달라”며 변호인 측에 요청했다.

이날 공판을 마치고 나온 피해자 측 변호인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서 피고인 측이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 측이)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 고인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이런 주장은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공판을 끝내고 출입구로 나온 고씨는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가 잡힌 채로 10m가량 끌려간 뒤에야 간신히 차에 오를 수 있었다.

고유정의 다음 공판은 오는 9월 2일 오후 2시에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속행된다.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