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며 우리가 나아갈 길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차례 언급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관철하자고 독려했다. 북한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신년사에 제시된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신문은 “지난 7개월간의 투쟁을 통해 오직 자기 힘을 굳게 믿고 자력으로 앞길을 개척해나가는데 우리 공화국의 높은 존엄과 참다운 번영, 주체혁명의 전진발전이 있다는 것이 다시금 실증됐다”며 “동풍이 불든 서풍이 불든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는 것이 제일이며 자기 힘을 굳게 믿고 굴함 없이 투쟁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올해 전투 목표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당조직들에서는 대중을 신년사 과업 관철을 위한 투쟁에 총발동시켜나감으로써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 수행의 확고한 돌파구를 열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6년 제7차 조선노동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백방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철저히 수행해야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관철을 강조하면서도 사실은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 결속을 통해 지지부진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내부 불만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력갱생 기조를 거듭 강조하면서 대북 제재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내부적으로는 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강경하게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달 말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회의를 8월 29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통상 매년 1∼2회 정도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왔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2012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는 1차례만 열린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개최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위원은 “‘하노이 노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대내외적으로 위상 정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