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 조국’과 ‘정치가 조국’은 얼마나 다를까. 둘은 ‘표현의 자유’를 두고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학계에서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보호돼야 할 헌법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대한민국 체제를 공격하는 개인·단체에 대해서도 “이 정도 수준의 표현행위를 범죄화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현실정치에 참여하면서부터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부정, 비난하는 한국인을 “마땅히 ‘친일파’라 불러야 한다”고 했고, 자신의 오랜 휴직을 비판하는 서울대 학생들 일부를 “태극기 부대와 같이 극우 사상을 가진 학생들”이라 칭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조 후보자의 태도 변화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거론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자로서의 조국, 정치가로서의 조국은 인격적으로 완전히 분리됐다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 후보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친일파’ ‘태극기’ ‘구역질 나는 내용의 책’ 등을 거론한 예를 들며 “권위주의 정부 시절 매카시즘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낙인을 찍는 것이 곧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은 과거 조 후보자가 표현의 자유를 ‘정치적 기본권의 핵심’이라며 매우 옹호하던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 제기되기도 한다. 조 후보자는 2011년 발표한 ‘91년 개정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 논문에서 북한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개인·단체에 대해서도 처벌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제 축출’, ‘자본주의 폐절’, ‘혁명투쟁’ 등을 주장하는 이에게도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자신의 사상을 선전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2015년 ‘정치권력자 대상 풍자·조롱행위의 과잉범죄화 비판’ 논문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기 위해 필수적인 공기 같은 원칙”이라고 규정했다. “정치권력자에 대한 신랄하고 통렬한 풍자와 조롱은 주권자 국민의 권리”라고도 썼다.
이런 조 후보자가 최근 페이스북에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에 대해 날 선 말들을 이어가자 보수 변호사단체의 성명서도 나왔다.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조 후보자를 향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대한민국 법치파괴에 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조 후보자의 달라진 시각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면밀히 스크리닝 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