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불법촬영 공포 느껴보라” 남자화장실 변기 속 ‘눈알스티커’

입력 2019-08-12 15:53

“그거 그냥 스티커예요.”

남자화장실 변기에 붙은 눈알 두 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공간에 ‘누군가 쳐다보는 기분이 드는’ 웬 불쾌한 스티커냐고 묻는 이들에게 20대 남성 설치미술가 ‘성인소년’이 한 말이다.

그는 지난달 5일 ‘That_is_just_sticker’(그거 그냥 스티커예요)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최근 남자화장실 곳곳에 붙은 눈알스티커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성인소년은 인스타그램 소개글에 “남자화장실, 탈의실에 눈알스티커를 붙여 여전히 불법촬영물을 소비하는 남성들에게 몰카 공포를 체험시키는 프로젝트”라고 썼다. 그는 눈알스티커를 제공하고, 남자화장실 등에 부착한 사진을 제보받아 공유하고 있다.

그는 “불법촬영 공포는 여성의 일상 속에 실존한다”며 “남성은 이를 공감하지 못하고 있으니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여성을 불법촬영하고 이를 유통하며 소비하는 남성들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것이다. 여성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불법촬영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현실을 일깨워주고, 남성도 이같은 공포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성인소년은 변기에 눈알스티커가 부착된 사진을 게시하며 ‘그거 그냥 스티커예요’라는 해시태그를 단다. 일부 남성은 여성들이 공중화장실을 사용하기 전 문틈, 구멍, 거울, 휴지걸이 등에 불법촬영 카메라가 있는지 살피는 모습을 두고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느냐”는 지적을 한다. 성인소년은 이 점을 꼬집었다. 언뜻 보기에 카메라 같고, 자세히 살펴보면 스티커인 설치미술작품을 남자화장실에 부착해 자신을 살펴보는 물체에 불편해하는 남성들에게 “그건 그냥 스티커일 뿐이니, 예민하게 굴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성인소년의 작품은 남자화장실에 부착돼야 그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의 참여자는 남성들이다. 연인의 부탁을 받아 스티커를 붙인 이도 있고,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동참한 이도 있다고 했다.

백래시도 만만찮다. 남초커뮤니티에 그의 신상정보가 공개돼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성인소년은 굴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이어갈 생각이다. 그는 “남성들은 자신이 페미니즘을 지향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또래 남성들에게 소외당한다”며 “남성 페미니스트도 함께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젝트라 더 의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황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