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삼성폰 가격 오른다… 日과거사 속죄 실패 때문”

입력 2019-08-12 15:42
그레그 브래진스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왼쪽),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 캡처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 가격은 곧 오를 것이다.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잔혹행위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분쟁이 한국과 일본을 경제전쟁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일본이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단행한 것을 두고 미국의 전문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일본이 식민지배의 과거사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은 것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역사·국제문제 교수인 그레그 브래진스키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일본이 과거의 죄를 속죄하는 데 실패한 것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이 메모리칩 가격 상승을 초래했고 세계 기술시장에 오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된 한국인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최근 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에 보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한·일 간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를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중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잔학 행위를 저질렀다. 수십만의 ‘위안부’ 피해자뿐만 아니라 일본어를 강요함으로써 한국 문화를 뿌리 뽑으려는 시도도 여기에 포함된다”며 “과거의 잔학행위를 처리하지 못한 것은 동아시아를 훨씬 넘어설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이 참회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 이래 일본 지도자들은 잘못을 사과하고 반성하는 성명을 수십 차례 발표했다”며 “하지만 (동시에) 악명 높은 야스쿠니 신사 방문 등으로 (이전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독일과 비교하며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의 만행을 기록하고 교육하기 위해 공공기념물이나 박물관을 짓지 않았다”며 “아베 신조 총리는 전임자들보다 역사 문제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 그의 정부에서 더는 사과가 없을 것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단순히 자국의 이익을 추구했다’고 배운 젊은 일본인들 역시 과거 악행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모든 경향은 민족주의적 대중의 기억을 강하게 하고 현재의 무역 분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책임도 일부 언급했다. 그는 “1945년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점령했을 때 일본과 희생자(한국)의 화해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며 “미국은 공산주의를 저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일본과 한국이 이 위협에 대한 저항에 단결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고, 그들이 역사적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썼다. 그는 “한국은 1965년 미 존슨 행정부의 지원 속에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한·일 청구권협정)했고 했다”며 “비록 이 조약은 매우 인기가 없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권력을 통해 이를 의회에 욱여넣을 수 있었다”고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