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류현진’이 다시 쓰는 아시아·다저스·메이저리그 역사

입력 2019-08-12 15:01
LA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가진 메이저리그 홈경기 1회에 역투하고 있다. AP뉴시스

류현진(32·LA 다저스)이 한·미 프로야구 통산 150승을 달성했다. 프로 데뷔 13년 만에 ‘코리안 특급’ 박찬호(46·은퇴)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세웠다. 이제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 전무후무한 대업에 도전한다.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에게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사이영상 수상과 평균 자책점 1위가 바로 그것이다. ‘왕좌’가 류현진의 눈앞에 놓였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9대 3으로 격파한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7이닝을 5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올 시즌 22번째 등판에서 12승(2패)을 수확하고 개인 통산 150승(한국 98승·미국 52승) 고지를 밟았다. 시즌 평균 자책점은 1.53에서 1.45로 내려갔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류현진은 지금의 추세만 유지하면 평균 자책점 1위로 정규시즌을 완주할 수 있다. 평균 자책점 2위 마이크 소로카(2.32·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0.87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류현진을 평균 자책점 1점 이내로 추격하는 투수는 소로카와 맥스 슈어저(2.41·워싱턴 내셔널스)뿐이다.

구단마다 40경기가량을 남긴 정규시즌의 잔여 일정에서 선발투수 1명의 등판 횟수는 10회 안팎이다. 앞으로 10경기 등판을 가정했을 때, 류현진은 6이닝 2자책점 이하만 기록해도 1점대 평균 자책점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소로카는 8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고 나머지 2경기에서 모두 9이닝을 1자책점으로 완주해야 평균 자책점에서 류현진을 추월한 1.44를 기록할 수 있다.

소로카의 바로 뒤에 있는 슈어저의 경우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류현진이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평균 자책점 1위를 추월당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류현진이 평균 자책점 1위를 유지하면 승수는 자연스럽게 추가될 수 있다. 류현진이 승수를 쌓을수록, 평균 자책점을 내릴수록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출신 투수는 평균 자책점 1위와 사이영상 수상을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평균 자책점 1위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던 아시아 선수는 박찬호와 같은 시기에 다저스 투수로 활약했던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은퇴)다. 노모는 신인왕을 수상했던 1995년 평균 자책점 2.54를 기록하고 내셔널리그 2위를 차지했다. 그 이후 양대 리그에서 평균 자책점 2위까지 올라선 아시아 출신 투수는 없었다.

다저스의 연고지역 일간지 LA타임스는 류현진을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루브 마쿼드와 비교하며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쿼드는 1908~1925년 메이저리그에서 완봉승만 30회를 거두고 1971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다저스의 전설적 선수다. 마쿼드가 1916년에 작성한 평균 자책점 1.58은 다저스 투수 사상 가장 낮은 기록이다. 류현진은 이 기록을 뛰어넘고 있다. LA타임스는 “류현진이 클레이턴 커쇼(2016년 1.69)와 샌디 쿠팩스(1966년 1.73)의 시즌 최저 평균 자책점도 넘어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경기를 마치고 “미국에서 가장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은 맞다”고자평하면서도 “사이영상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아야 한다. 오버페이스가 되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