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의 용의자 고유정(36)이 첫 재판에서 전 남편 강모(36)씨의 변태적 성욕을 강조하며 강씨가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이 선임한 변호인은 12일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수사기관에 의해 조작된 극심한 오해를 풀기 위해 계획적 살인이 아님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변호인은 “우선 피고인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버지의 사망으로 아이가 앞으로 아버지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말할 수 없이 미안하고 슬픈 마음”이라며 “피해자 부모님과 졸지에 형을 잃은 동생에게도 말할 수 없이 깊은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강씨의 강한 성욕을 강조하며 사건이 일어나게 된 책임을 피해자 측에 돌렸다. 고유정 측은 강씨가 아들과의 면접교섭 중 고유정에게 스킨십을 유도했으며 펜션으로 들어간 뒤 수박을 먹고 싶다는 아들이 방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싱크대에 있던 피고인에게 다가가 갑자기 몸을 만지는 등 성폭행을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해자는 설거지를 하는 피고인의 뒷모습에서 옛 추억을 떠올렸고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피고인이 CCTV에 얼굴을 노출시키면서 한 모든 일련의 행동은 경찰에 체포될 수밖에 없는 행동으로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또 카레에 넣었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졸피뎀을 강씨가 먹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불 등에 묻은 강씨 혈흔에서 졸피뎀 반응이 나왔다고 하지만 이 혈흔은 피고인이 강씨와 몸싸움을 하던 과정에서 묻은 피고인의 혈흔이지 강씨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졸피뎀 처방 내역과 뼈의 중량 등 범행 전 인터넷으로 검색한 내용에 대해서는 “클럽 버닝썬 사태 당시 연예기사를 보던 중 호기심에 찾아본 것”이라며 “뼈의 무게는 현 남편에게 감자탕을 해주기 위해 꼬리곰탕, 뼈 분리수거, 뼈 강도 등으로 자연스럽게 검색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의 단초가 피해자의 행동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또 졸피뎀이 피해자 혈흔에서 나온 게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객관적 조사에 의해 이불과 담요 등에서 명확하게 피해자 혈흔이 나왔고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연관검색어를 찾다가 우연히 계획적 범행을 추정하게 하는 관련 단어를 검색하게 됐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네이버 통합 검색과 구글 검색을 통해 피고인 자신이 직접 쳐서 검색한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피해자 변호인 측도 “피고인의 변호인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인 진술을 다수 했다”며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서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마치 고인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이러한 주장은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고유정은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를 풀어헤쳐 얼굴을 가린 채 법정에 들어선 후 변호인 옆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이 시작되자 고씨는 이름·생년월일·직업 등 재판부가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 짧게 답한 뒤 재판 내내 시종일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분위기는 싸늘했다. 일부 방청객은 고유정을 향해 “살인마!”라고 소리치다 법원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고유정 측이 재판 진행 과정에서 계획 범행이 아님을 주장할 때에는 일부 방청객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추잡스럽다”고 외쳤다.
고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2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강태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