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중공업 노조, 파업은 해야 되는데... 비상시국에 여론 눈치보여

입력 2019-08-12 14:06 수정 2019-08-12 14:47

여름휴가를 끝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8월 본격적인 하투에 앞서 여론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두 회사 노조 모두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지만,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 등으로 한·일 간 경제 갈등이 깊어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휴가 직전인 지난달 30일 전체 조합원 대비 70.5%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12일 긴급성명서를 내고 “회사가 전향적으로 일괄 제시하면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추석 전 임단협 조기 타결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비상시국을 의식한 듯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도발을 악용해 노동자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투쟁을 제한하거나 왜곡하는 행위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 내부에서는 파업과 관련해 현재 한·일관계를 고려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불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는 13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사측과 교섭을 재개할지와 파업 여부, 일정 등을 논의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5.8%·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당기순이익의 30% 지급, 상여금 통상임금에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해고자 원직 복직과 고소 고발 및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이사회에 노조 추천 노동이사 1명 선임 등도 요구안에 담았다.

중공업 노조도 이날 오후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사측과의 교섭 상황 등을 공유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당장 파업 일정을 잡기보다는 한·일관계, 조합원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특히, 한·일 관계 악화가 그동안 반대해 온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미칠 영향 등을 주시하고 있다.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면 국제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심사국 중 하나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당분간 올해 임금 협상 교섭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고 교섭 상황에 따라 파업 등 투쟁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최소 250% 보장 등을 요구한 상태다. 하청 노동자 임금 25% 인상, 정규직과 같은 학자금·명절 귀향비·휴가비·성과급 지급, 정규직과 같은 유급 휴가·휴일 시행 등은 하청 요구안에 담았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