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외교 격식에서 벗어난 친필 편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간지 겉표지를 찢고 거기에 편지를 쓰는가 하면, 트뤼도 총리는 미국 정부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아 출력한 문서에 이모티콘을 그려 보냈다고 한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트뤼도 총리가 표지모델로 나온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겉표지를 찢었다. 표지에는 트뤼도 총리의 얼굴과 함께 ‘반(反) 트럼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은색 사인펜으로 겉표지에 “잘 생겼다! 이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적어 트뤼도 총리에게 보내도록 했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보내는 서한은 통상적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검토를 거친다. 회의에서 일부 백악관 관리들은 이 편지가 외국 정상과 소통하는 방법으로는 정상적이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NSC는 논의 끝에 “그저 재밌자고 한 것일 뿐이며 긍정적인 제스처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결론지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낙서한 주간지 겉표지는 백악관에서 미국 주재 캐나다 대사관으로 전달됐다. 이를 받아본 캐나다 대사는 처음에는 장난으로 여겼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캐나다 대사는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이 편지가 진짜냐고 문의했으며 이에 백악관 관리는 맞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개월 뒤인 2017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트뤼도 총리에게 편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캐나다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문서에 사인펜으로 “좋지 않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전에 열린 플로리다주 펜사콜라 유세에서도 미국이 캐나다와의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연설을 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반만 옳다. 미국은 캐나다와의 상품 무역에서는 적자를 본 게 맞는다. 반면에 서비스 분야에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둘을 합치면 흑자국은 도리어 미국이 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비스 분야는 빼놓고 상품 무역 적자만 언급하는 식으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것이다.
트뤼도 총리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트뤼도 총리는 2017년 12월 20일자 서한에서 “친애하는 도널드에게. 참 바쁜 한해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기십시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지적할 것이 있습니다”며 “당신은 펜사콜라에서 훌륭한 연설을 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와의 무역수지와 관련해서는 조금 틀렸더군요.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말이죠!”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트뤼도 총리는 USTR 홈페이지에 게재된 문서를 출력해 첨부했다. 트뤼도 총리는 문서에 있는 “2016년 미국의 대(對)캐나다 상품 및 서비스 수지 흑자는 125억 달러”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또 ‘125억 달러’ 부분에는 동그라미를 치고 웃는 얼굴 모양의 이모티콘까지 그려 넣었다고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