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가는 예년보다 조용했다. 국내 주요 배급사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텐트폴 영화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전체 관객 수가 급감했다. ‘엑시트’와 ‘봉오동 전투’가 막바지 관객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분노의 질주: 홉스&쇼’의 기세가 무섭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은 약 1929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여름 성수기(7월 20일~8월 11일) 관객 2519명보다 약 590만명 줄어든 수치다.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는 7월 말부터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한국영화 4편이 차례로 개봉했으나 일부 작품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탓이다. 송강호 주연의 ‘나랏말싸미’(누적 94만명)는 역사왜곡 논란 여파로 좌초됐고, 박서준 안성기 주연의 ‘사자’(153만명)는 장르의 불협화음을 보여주며 일찌감치 흥행 동력을 잃었다. 두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350만명 정도다.
살아남은 건 ‘엑시트’뿐이다. 도심에서 발생한 가스 테러라는 흥미로운 설정 위에 긴박감 넘치는 액션을 가미한 영화는 손익분기점(350만명)을 가뿐히 넘기며 흥행가도를 탔다. 여전히 박스오피스 정상을 유지하며 6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봉오동 전투’도 개봉 5일째 200만명을 동원하며 선전하고 있는데 손익분기점(450만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4일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홉스&쇼’가 위협적이다. 영화는 12일 오전 11시30분 기준 30%대 예매율을 달성하며 ‘엑시트’(19%)와 ‘봉오동 전투’(16.3%)를 큰 차이로 제쳤다. 사전 예매율도 27%로, 역대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 최고치를 찍었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가 공개되면 무리 없이 박스오피스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나랏말싸미’가 ‘알라딘’을 제치며 한국영화가 우위를 점한지 불과 20여일 만에 다시 외화에 정상을 내주게 되는 것이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 이후 한동안은 눈에 띄는 외화 대작이 없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