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두고 대구 시민단체들이 대구 남구 이육사(1904~1944)가 살았던 고택에 기념비와 기념관을 세울 것을 대구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이육사기념사업회’는 12일 대구시청 앞에서 ‘독립투사 민족시인 이육사기념관’ 건립 촉구 기자회견(사진)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이육사 선생이 청년시절 17년 동안 살았던 대구 남구 남산동 고택이 재개발 지구에 포함돼 주택 일부가 파손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에 줄기차게 이육사 고택 복원, 이육사기념관 건립을 대구시에 요구해왔지만 대구시는 남산동 고택을 철거했다”고 말했다.
또 “이육사 선생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이육사 선생의 숭고한 애국 희생정신을 올바르게 조명하거나 기념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구시는 철거된 남산동 고택 자리에 표지석을 세우고 고택 자리 인근에 기념관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육사기념사업회는 기자회견 후 대구시의회에서 이육사 기념관 건립과 기념 방안 등에 대한 대시민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대구시는 앞서 보존 논란이 일었던 남산동 662-35번지 집에 대해 보존 여부를 조사했지만 1970년대 완전히 개축된 건물이라 보존가치가 없다고 보고 보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집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육사 고택 일대는 2015년 10월부터 추진한 ‘반월당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포함됐고 최근 이 일대 철거가 이뤄지면서 고택 역시 철거됐다. 대구시는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부지 내 76㎡ 정도 터에 기념관을 지을 방침이다. 건축조합과 시공사 측이 터를 주겠다는 약속은 한 상태로 오는 12월 착공(예정)에 들어가기 전까지 위치 등을 협의한다는 것이 대구시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육사기념관은 현재 추진 중인 상태”라며 “기념관 건립 일정은 착공이 들어가기 전까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육사는 안동에서 태어나 16세가 되던 1920년에 가족과 함께 대구로 이사를 왔다. 1937년 서울의 명륜동으로 거처를 옮길 때까지 이곳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애 절반 가까이를 대구에서 살았던 셈이다.
이육사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이육사 선생이 민족시인정도로만 알려져 있는데 1925년 조선의열단에 가입해 20년간 17번이나 투옥되면서 무장독립투쟁에 헌신하다 순국한 독립투사”라며 “이육사 선생이 청년시절을 보낸 대구에서 그를 제대로 알고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